앤디 김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워싱턴 특파원단
한국계 최초로 미국 연방 상원에 입성한 앤디 김(42) 민주당 상원의원(뉴저지)은 8일(현지시간) 한국의 정치적 혼란과 관련해 “지금은 안정이 시급한 때이다. (누군가가) 정치적 야망을 위해 상황을 이용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워싱턴 DC 의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정치인들은 발언에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 사람들이 현미경으로 보듯 모든 언행을 지켜보고 있음을 이해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상황 안정의 시급성과 함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당부했다. 그는 “초기 계엄 선포에 분명 우려했지만 국회가 신속하게 해제를 결의하고 군이 그 명령을 지키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으며, 민주적 절차가 안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적 절차 속에서 한국의 회복 탄력성을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한다. 상황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국민 통치라는 (민주주의의) 근본적 기반을 훼손하고 한국의 취약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비판했었다.
김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 동원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거론하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파트너 국가에 강압적 수단을 쓸 경우 “강력히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솔직히 저는 트럼프 당선인이 인도태평양 및 한국과 관련해 할 일을 낙관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과 파트너 관계를 강화하려 노력하면 트럼프 행정부에 기꺼이 협력하겠지만 파트너십을 약화하는 행동을 한다면 맞설 것이다. 이는 미국의 리더십에 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이 대목에서 “저는 이미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유엔대사 지명자인)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과 마주 앉아 미국이 (한ㆍ미ㆍ일) 3국 협력과 쿼드(Quad, 미국ㆍ인도ㆍ일본ㆍ호주 4자 안보 협의체) 동맹, 인도태평양에서 우리가 해온 다른 조치들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바람을 직접 제기했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특히 “미국과 한국 간 가교가 되어 양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미국과 한국의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정치적 불안과 혼란, 의견 불일치에 직면해 있고 한국도 현재 그러한 모습을 보인다”며 양국 정치권이 최근 겪는 공통의 위기를 짚은 뒤 “저는 한국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통화하며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전략적 동맹을 관리하는 데 있어 강한 의지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 동맹은 특정 지도자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북한과 협상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1기 당시 제가 의회에 있을 때 우리는 트럼프가 북한과의 회담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봤다”며 “트럼프가 다시 대화를 시도할 경우 비핵화 등 민감한 주제로 대화가 발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철수도 시도할 경우 “초당적으로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상원의원에 당선된 김 의원은 지난 3일 119대 미 의회 개원과 함께 상원의원 의정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 의원은 국토안보ㆍ정무위원회, 은행ㆍ주택ㆍ도시문제위원회, 상무ㆍ과학ㆍ교통위원회, 보건ㆍ교육ㆍ노동ㆍ연금위원회 등 4개 상임위에 배정됐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