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BNK 선수들. 송봉근 기자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가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을 꺾고 구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박정은(48) 감독이 이끄는 BNK는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 홈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에이스 박혜진의 역전 3점포에 힘입어 우리은행을 55-54로 물리쳤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우리은행 김단비(35)가 27점을 터뜨리며 고군분투했지만, 주전 5명이 골고루 활약한 BNK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정은(맨 위)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송봉근 기자
원정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한 BNK는 안방에서 치른 3차전마저 승리하며 시리즈 3연승으로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9년 창단한 '막내 구단' BNK는 6번째 시즌 만에 꿈에 그리던 왕좌에 올랐다. 박정은 감독은 여성 감독 챔프전 우승 1호의 기쁨도 함께 맛봤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것도 당연히 박 감독이 최초다. 챔프전 MVP는 기자단 투표 61표 중 28표를 받은 가드 안혜지(28)에게 돌아갔다. BNK는 2년 전 챔프전 패배도 설욕했다. 2022~23시즌 BNK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프전에 올랐으나, 우리은행(1위)에 1~3차전을 내리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통산 11번째 통합 우승, 1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던 우리은행은 BNK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BNK는 고비를 맞을 때마다 과감한 투자로 정상에 올랐다. 창단 첫 시즌인 2019~20시즌 6개 팀 중 5위, 2020~21시즌 6위에 그친 BNK는 2021년 3월 부산 출신 여자농구 레전드 박정은 감독을 영입했다. 박 감독의 지도 하에 BNK는 달라졌다. 2021~22시즌 4위로 올라서서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2022~23시즌엔 정규리그에서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감독의 지도력만으론 역부족이었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던 BNK는 지난 시즌 다시 6위로 추락하며 상승세가 꺾이는 듯 했다.
'언니 리더십'이 돋보인 박정은 감독. 송봉근 기자
하지만 BNK는 포기하지 않았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주축이던 박혜진과 인천 신한은행의 에이스 김소니아를 영입하며 우승 후보급 전력을 갖췄다. 우리은행 시절 챔프전 우승 8회,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세 차례 차지했던 박혜진과 리그 득점왕(2022~23시즌) 출신 김소니아가 구심점 역할을 하며 약점으로 지적돼 온 '경험 부족'을 보완했다. 정규리그 2위 BNK는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5차전 혈투 끝에 물리치고 챔프전에 올라 1위 우리은행과 맞섰다.
특히 주장 박혜진은 이번 시리즈 내내 상대 집중 마크에 시달려 득점은 적었다. 하지만 승부처마다 친정팀에 비수 '한 방'을 꽂는 해결사 능력을 선보였다. 동시에 동료에게 찬스를 열어줬다. 박혜진이 막힌 사이 안혜지가 폭발했다. 그는 챔프전에서는 팀 내 가장 많은 7개의 3점 슛에 성공했다. 여기에 박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세심한 '언니 리더십'으로 제자들을 이끌었다.
우승 트로피를 든 우리은행 에이스 박혜진. 연합뉴스
박정은 감독은 "종료 부저가 울렸는데 울린 지도 몰랐다. 내가 뛰어서 우승하는 것보다 우리 선수들이 뛰어서 우승하는 느낌이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 우승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여성 지도자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MVP 안혜지는 4년 전 처음 봤을 때는 상당히 위축이 많이 돼 있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더 뛰어야 하고, 더 많이 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고 본인이 끊임없이 단련 한 것 같다. 마지막 결정적 3점슛을 성공시킨 박혜진이 내 마음 속의 MVP다. 그리고 김소니아는 내 마음 속의 행동대장이다. 팀의 에너자이저였고, 항상 의욕적으로 팀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부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