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안전보장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이가타 아키라(井形 彬)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특임강사는 13일 트럼프 정권 재출범에 따른 일본 기업의 움직임을 이같이 설명했다. 손정의(孫正義·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1000억 달러(약 145조원) 투자와 10만개 일자리를 약속하는 등 ‘대담한 선택’을 한 배경엔 기존과 다른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는 평가다. 통상 기업이 인건비 등 생산 원가가 적게 든다는 ‘경제적’ 이유에서 투자를 결정해온 것과는 다르게,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분야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선제 투자’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라는 의미다.

손정의(일본명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정권 출범과 함께 ‘관세 전쟁’을 염두에 둔 전방위 대비도 진행 중이다. 관세를 1%라도 올리면 토요타 등 일본 기업 실적에도 타격을 주는 만큼 트럼프 관세에 따른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일본 자동차 업계가 JAMA(일본자동차공업회)를 통해 대미 투자 실적 등을 적극적으로 미국 의회에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트럼프 집권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의 첫 대화에서 문제 삼았던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와 토요타 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투자를 교훈으로 삼았다. 실제로 토요타는 이후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한편 이번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가타 아키라 도쿄대 교수. 출처 이가타 교수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