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한 것을 비롯한 동맹 외교를 자신의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또 동맹과 연대해 진행한 대(對) 중국 견제, 청정 에너지 전환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파기 또는 축소를 시사하며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 정책을 성공한 정책으로 치켜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국무부에서 대통령 임기 마지막 외교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가 경시하고 있는 동맹외교의 강화를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제시해%다. EPA=연합뉴스
이날 워싱턴DC의 국무부에서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 연설의 핵심은 동맹이었다. 그는 30분 가까이 진행된 연설에서 미국(30회), 전쟁(27회), 중국(22회) 등 당면한 외교 사안을 제외하고 동맹(16회)이란 말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바이든은 “재임 기간 외교력을 강화해 미국 역사상 어느 때보다 많은 동맹국을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은 더 강해졌고, 적(敵)들과 경쟁자들은 더 약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유능하고, 많은 동맹국들이 공정한 몫(2%)을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일본·한국이 3국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우리가 최초로 해냈다”며 “이밖에 미국·일본·필리핀의 타너스십, 미국·호주·영국의 AUKUS 등으로 대서양과 태평양의 동맹국들을 연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을 앞둔 트럼프는 동맹국들에게도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이날 바이든이 성과로 내세운 동맹외교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심지어 나토 동맹국인 캐나다를 미국의 주(州)로 편입한다거나, 덴마크령인 그린란드에 군사력을 동원해 영토 편입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공언한 무차별 관세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대중 견제에)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동참시켰다”며 “중국에 대해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핵심 부문에 전면적 관세가 아닌 표적 관세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혼자서 중국을 상대하는 것보다 파트너들과 함께 대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의 청정 에너지 정책을 제시하며 “취임했을 때 미국은 국제 기후협약의 일원이 아니었지만, 취임 첫날 파리 협정에 재가입했다”고 한뒤, “미국의 노력으로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청정 에너지 비용을 낮췄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는 보편적 관세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제시했고, 환경과 관련해선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이 성과로 제시한 환경 관련 국제기구에서의 역할과 전기차 의무화, 청정에너지 확대 등은 트럼프 2기 출범과 동시에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로스앤젤레스 산불에 대한 연방정부 대응 브리핑에 참석한 자리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비판의 기회로 삼은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을 언급한 부분도 주목된다. 그는 “핵무기를 휘두르며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북한을 억제해야 한다”며 “앞으로 몇달, 또는 몇 년 동안 새로운 도전이 분명히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가 향후 북한의 핵무기를 사실상 인정하는 방식의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우려한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자신의 성과를 과시했지만, 미국인들은 바이든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의 임기 말 때보다 오히려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한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에 따르면 바이든의 현재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임기 말 지지율을 기록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록과 사실상 동률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덜 긍정적인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바이든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본 비율은 6%, ‘좋은 대통령’은 19%였다. 긍정비율의 합은 25%다. 반면 ‘최악’이란 평가는 31%, ‘나쁘다’는 평가는 16%로 47%가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의 경우 17%가 위대하다고 했고, 19%는 좋은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긍정평가 비율 36%는 바이든보다 오히려 다소 높다.
특히 바이든과 트럼프는 모두 소속 정당 지지자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은 반면, 상대 정당 지지자들에게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 주립대 명예교수는 “트럼프는 물론 바이든 역시 미국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며 “특히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미국 정치는 앞으로 관세, 규제, 이민문제, 성정체성 등 모든 구체적 정책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