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탄핵 정국에 부동산 심리 위축...아파트 입주 포기 급증 우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뉴스1

주택사업자들이 체감하는 아파트 입주 경기가 싸늘히 식고 있다. 분양을 받고도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늘고 있어서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계엄·탄핵 정국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입주 지연·포기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입주전망지수 2년 만에 최저치 기록 

14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1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68.4p로 전달보다 20.2포인트 하락했다. 2023년 1월(59.4p) 이후 최저치다. 입주전망지수는 아파트 입주를 앞둔 수분양 가구가 실제 입주하는지를 주택사업자(공급자)들이 예상하는 지수다. 기준점(100)을 밑돌면 입주 경기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단기 예측 지표로 활용된다. 노희순 주산연 연구위원은 "전월 대비 20포인트 하락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부동산 심리가 그만큼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도 입주 전망이 악화했다. 서울(88p)은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고, 인천(64.2p)과 경기(63.8p)는 각각 22포인트, 21.9포인트 내려갔다. 5대 광역시 역시 지역별로 15.5(부산)~31.7포인트(울산) 하락했다.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 하락세가 멈춘 충청·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도 지역도 지수가 급락했다.  

'마피' 붙은 분양권 속속 매물로  

잔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늘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붙은 분양권도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한화 포레나 미아 118㎡형 분양권은 5000만원 마피가 붙은 채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개봉의 경우 84.6㎡형 분양권에 3500만원의 마피가 붙었다. 

지난달 10가구 중 3가구 입주 못 해  

실제 수도권 아파트 입주율도 하락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9.7%. 열 가구 중 세 가구는 제때 입주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서울의 입주율은 81.4%로 전달보다 소폭(1.1%p) 하락했다. 인천·경기(82.3%→79.1%)도 줄었다. 주산연은 "인기 지역인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계약 포기 물량이 속출하고, 준공 후 미분양 수가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 요소가 심화하며 입주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올 1~2월 입주율 하락 가능성 커  

입주를 못 한 주요 원인은 역시 '돈'이었다. 수분양자 중 지난달 입주를 못 한 가장 큰 이유는 잔금 대출 미확보(34%)였다. 다음은 기존주택 매각 지연(32.1%), 세입자 미확보(17%), 분양권 매도 지연(9.4%) 순이었다. 

입주전망지수가 실제 입주율에 선행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올 1~2월 입주율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노 연구위원은 "2~3년 전 아파트 분양을 받아 중도금까지 낸 가구가 시장을 어둡게 보고 입주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