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은 14일 정부를 향해 “시간 끌기 식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의정갈등 해법으로 정부가 의료 정상화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근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잇단 유화 조치에도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제43대 회장 취임식에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여전히 정부와 여당은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후속 조치에 불과한 전공의 수련·입영 특례 방침을 내세우고, 이미 실패했던 여·의·정(與醫政) 협의체를 재개하자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 회장의 발언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검토와 복귀하는 전공의에게 수련·입영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정부와 여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0일 당·정 발표 뒤 나흘 만에 나온 의협의 공식 반응인 셈이다.
김 회장은 “현 상태로는 의대 교육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하고, 2025년 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임시방편이 아닌 제대로 된 의학교육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우선 사태 해결과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뚜렷한 계획과 명확한 방침을 내놓아야만 의료계 역시 2026년 의대 증원 문제를 비롯한 의료개혁 계획을 (정부와) 논의하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은 “회의체에서 탈퇴하는 것으로 반대 의견만을 표출하던 과거와 달리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어젠다(의제)를 이끌어가는 의협이 되겠다”며 정부와 대화 여지를 열어뒀다. 지난해 의대 증원을 놓고 여러 차례 파행을 빚은 의료현안협의체 사례 등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회장(왼쪽)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협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의협 새 집행부에선 이전과 달리 전공의·의대생 같은 이른바 ‘MZ 의료인’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부회장 등 주요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의대생 대표 몫도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때나 지난해 의정갈등 국면에서 당시 의협 회장과 대전협 측이 갈등을 수차례 겪던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5월 임현택 회장 취임식 등 의협 행사에 불참했던 박 위원장은 이날 김 회장의 취임식엔 참석했다. 이를 두고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축사에서 “김 회장과 젊은 의사가 함께 있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음 달이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료계에선 의협·대전협과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같은 5개 단체가 협의체를 꾸리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대전협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반면 대한의학회나 KAMC는 입시가 진행 중인 2025학년도 증원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어 의료계 차원 단일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의협이 의사들의 대표단체임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며 “대내외적으로 이를 흔들려는 시도는 앞으로 일어나선 안 된다”고 의협 중심의 의료계 결속을 강조했다. 의협은 오는 16일 첫 상임이사진 회의를 열고 대정부 투쟁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