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외환죄' 벼르는 대북확성기…文때도 10개월 틀었다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중앙포토]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돼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새로 발의한 내란특검법 수사범위에 추가한 외환죄와 관련, 군의 통상적인 작전·훈련도 ‘북풍 몰이’로 매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를 통과한 내란특검법은 ▶해외 분쟁지역 파병 ▶대북확성기 가동 ▶대북전단 살포 대폭 확대 ▶무인기 평양 침투 ▶북한의 오물풍선 원점 타격 ▶NLL(북방한계선)에서의 북한 공격 유도 등을 윤석열 대통령의 외환 혐의에 포함해 수사하도록 했다. 명시된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①‘판문점 선언’ 전까지 계속한 방송 

대북 확성기 방송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63년 처음 실시한 이래 역대 정부마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따라 군 당국이 활용해온 대표적인 비물리적 대응 수단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만 문제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월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을 계기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전까지 지속됐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때도 10개월 넘게 시행한 정상적인 군사 작전이란 뜻이다. 국방부는 판문점 회담을 나흘 앞둔 4월 23일 0시부로 대북 확성기 송출을 중단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실효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확성기 방송 자체를 문제삼는 건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윤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오물풍선 도발 등을 계기로 올해 6월 9·19 군사합의서를 전면 효력 정지했고, 군 당국은 7월 18일부로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018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이유는 4·27 판문점 선언을 북한이 잘 이행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미사일 도발, 핵무력 고도화 등을 통해 판문점 선언은 물론 9·19 군사합의 파기로 나아간 상황에서 확성기 방송을 다시 켜지 않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북 확성기 방송의 경우 오물·쓰레기 풍선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성격”이라며 “이를 문제 삼는 건 북한의 주장을 따르는 것으로 입법 활동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②우크라 파병, 옵션으로만 거론

특검법의 외환 혐의에 ‘해외 분쟁지역 파병’이 거론된 건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동향 파악을 위해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군 인력이 포함된 전훈분석단 파견을 검토한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이 확인된 이후 국방부는 북한군의 동향 파악을 위해 부대 단위 파병이 아닌 개인 파견 형식으로 군 인력 파견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상으로도 개인 단위 파견은 국방부 장관의 정책 결정으로 가능하다. 이는 일반적 의미의 파병으로 볼 수 없지만, 국방부는 야당의 반대로 전훈분석단 파견을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 인력 파견 검토나 무기 지원 관련 정부의 내부 논의를 수사 대상에 올린다면, 이 과정에서 동맹국인 미국 및 우방국인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의 협력 요청 사항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백기엽 한미동맹재단 고문은 "이는 특히 동맹국인 미국 측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을 자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③NLL 훈련 문제삼나

민주당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메모를 근거로 정부가 NLL에서 북한 공격을 유도한 혐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막상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특검법에 제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NLL은 ‘화약고’라 불릴 만큼 극히 예민한 지역이라 방어적 성격의 정례 훈련도 ‘이현령 비현령’식으로 북풍몰이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의 법안대로라면 NLL 해역에서 이뤄지는 통상적 군사훈련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군에 따르면 연평·백령도 등 서북도서에서의 NLL 자주포 사격 훈련은 역대 정권마다 분기에 한 번 꼴로 계획해 실시한 정례 훈련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에도 실시한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서북도서 부대의 자주포 사격훈련은 교육훈련탄(교탄) 수량이 매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 교체나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곧바로 사격 훈련 횟수를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도발 유도 수단으로 쓴다는 발상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다는 취지다.

NLL 뿐 아니라 내륙 군사분계선(MDL) 이남 5㎞ 이내 접적지역의 포 사격 훈련은 한·미 연합훈련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연합체제 하에서 국지 도발에 대한 군사 대응은 한·미 간 연합으로 진행한다"며 "이런 군사 계획까지 수사로 파헤치면 미국도 공범으로 수사 대상에 올리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④'전단통 무인기' 의혹 키운 정부 

북한이 주장하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례는 사실이라면 정전협정 또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 앞서 윤 정부는 2022년 12월 북한의 무인기 침투 이후 우리 측도 북 측에 무인기를 두 차례 침투시켰다고 밝힌 전례가 있다. 

다만 추가로 무인기를 보냈을 경우 정찰용인지, 북한이 주장한 대북 전단통을 달고 갔는지 등에 따라 외환죄에 저촉하는지 따져볼 여지는 있다. 북한이 이를 빌미 삼아 진짜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법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10월 12일 담화에서 “무인기 침투 사건은 국가 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이자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며 “대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안보를 위한 정찰 목적의 침투인지 여부 등에 따라 역시 위법 여부는 갈릴 수 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먼저 무인기 침투로 국제법을 어기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위적 조치조차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건 대북 군사 옵션을 스스로 좁힐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