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댄스'까지 따라 췄다…그의 복귀 기다린 '트럼프 절친'들 [트럼프 어게인③]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계기로 요동치는 국제 정세에 웃음짓는 이들이 있다. 트럼프와 비슷한 코드를 지닌 국가 지도자들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이란 약화 등을 틈타 중동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친분을 내세워 이권을 노린다. ‘스트롱맨’의 귀환에 닮은꼴 ‘리틀 스트롱맨’도 실리를 챙기는 모양새다.

 

2019년 11월 3일 당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9년 11월 3일 당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힘빠진 이란에 웃는 에르도안·네타냐후

에르도안과 네타냐후는 시리아에 생긴 갑작스런 권력 공백의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비롯한 친(親)튀르키예 성향 반군이 시리아를 반 세기 넘게 통치한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림에 따라 튀르키예는 시리아에서 발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브라힘 칼린 튀르키예 정보국장은 아사드 정권 붕괴 나흘 만인 지난달 12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했다. 이틀 뒤인 14일엔 가장 먼저 주시리아 대사관 운영을 재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르도안은 옛 오스만 제국의 영토를 넘어 리비아와 소말리아까지 세력을 확대하려는 야망에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역시 아사드 정권 붕괴로 이란이 키워 온 반(反)미국·이스라엘 무장세력인 ‘저항의 축’ 약화에 성공했다. 네타냐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국경 안보’를 이유로 지난달 8일 시리아 영토 안쪽 비무장 완충지대까지 병력을 진입시켜 장기 주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사드 정권이 남긴 군사자산도 공습으로 초토화했다. 나아가 가자지구의 하마스 잔당 소탕과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세도 강화 중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두 정상은 모두 트럼프의 ‘절친’이다. 에르도안은 트럼프 집권 1기 미 언론에서 ‘소울메이트’라 표현할 정도로 트럼프와 가까웠다. 2019년 트럼프는 에르도안의 설득 속에 시리아에서 대다수 미군을 철수했다. 미국이 빠진 틈을 타 튀르키예는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 분리주의 단체 쿠르드민병대(YPG)를 공격하고,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에르도안은 트럼프가 1기 때처럼 시리아 개입에 소극적이길 기대한다.

 
네타냐후도 하마스와 휴전을 요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외면한채 트럼프의 당선만을 기다려왔다. 트럼프는 집권 당시 예루살렘이 자국 수도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해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네타냐후와 밀착 행보를 보였다.

 

‘친트럼프’로 뜨는 모디·오르반·밀레이

트럼프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영향력 과시에 나선 정상도 많다. 모디 인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 소셜미디어(SNS)에 축하 메시지를 올리고 축하 전화를 걸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모디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처음 통화한 3명의 정상 중 하나라고 홍보했다. 

2017년 6월 26일 당시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성명을 내기 전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6월 26일 당시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성명을 내기 전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모디는 과거 트럼프와 서로를 ‘내 친구(My friend)’라 부르며 끈끈한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트럼프 2기에서도 중국을 핵심 위협으로 여기는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발맞추며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중심 개발도상국)’의 맹주 자리를 노린다.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명자인 캐시 파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을 맡은 비벡 라마스와미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요직을 차지한 인도계 미국인도 두 정상간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나서고 있다. 오르반은 지난달 9일 트럼프의 거처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휴전 관련 논의를 벌이고 푸틴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 크리스마스 휴전과 대규모 포로 교환이 담긴 중재안을 제안했다.

 

지난해 7월 11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7월 11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가장 먼저 트럼프와 만난 외국 정상이다. 밀레이는 트럼프가 대선 유세 현장에서 추는 ‘트럼프 댄스’까지 직접 따라하며 트럼프를 공개 지지해왔다.

하비에르 밀레이(왼쪽에서 두번째)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댄스를 추고 있다. 밀레이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 라라 트럼프 인스타그램 캡처

하비에르 밀레이(왼쪽에서 두번째)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댄스를 추고 있다. 밀레이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 라라 트럼프 인스타그램 캡처

밀레이는 지난달 18일 WSJ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도움으로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대규모 신규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아르헨티나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려 할 것”이란 기대도 나타냈다.

 
이들 지도자는 정치적 이해득실뿐 아니라 ‘코드’ 면에서도 트럼프에 호감을 표한다. 국내에서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여 온 그들로선 인권이나 복잡한 국제 질서를 주로 고려하는 전임 바이든보다 단순 명료한 트럼프와 소통하기가 편하다고 여긴다.

지난해 2월 24일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연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회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2월 24일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연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회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히려 트럼프가 리틀 스트롱맨들이 거둔 성공을 벤치마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NN은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 미국에서 오르반이 내세운 민족·보수주의와 비슷한 주장을 벌일 것”이라며 “트럼프는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에서 벌인 과감한 재정지출 감축을 미국에서 재연하려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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