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입문 열라" 경고 방송…사다리 꺼내 관저 초소 이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공수처 관계자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차벽을 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공수처 관계자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차벽을 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지 약 4시간 만에 한남동 관저 3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공수처 일부 검사와 수사관은 15일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오전 4시 2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 도착했다. 지난 3일 첫 시도 이후 12일 만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것이다.

경호처의 강력한 저항에 막혔던 첫 시도 이후 절치부심했던 공수처와 경찰은 이번에는 투입 인원을 대폭 늘리고 경호처를 제압하기 위한 전략도 마련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재집행에 따라 관저 앞에선 김기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30여명과 윤갑근·김홍일 변호사 등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모여 항의했다.

윤 변호사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라며 "(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예외 조항이 없다. 모든 행위는 불법이고 내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헌법기관"이라며 경찰을 향해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 방송을 반복하며 관저 진입을 시도했다.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갑근 변호사가 마스크를 쓴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갑근 변호사가 마스크를 쓴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 5시 45분쯤에는 관저 앞에서 공수처와 경찰이 몸으로 밀면서 강제 진입을 시도하며 몸싸움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전 6시쯤에는 한남동 관저 인근 매봉산에도 경찰 체포조가 집결했다. 오전 6시 30분쯤에는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 등을 강제해산하기 시작했다. 부상자로 추정되는 인원이 생겨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관저 앞에 대치 중인 경찰은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경찰은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전날 발부받아 이날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6시 53분쯤에는 경찰이 관저 초소 쪽으로 사다리를 이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오전 7시 28분쯤에는 경찰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관저 1차 저지선의 차벽을 넘어갔다. 오전 7시 34분 쯤에는 차벽을 형성하던 차량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1차 저지선을 통과한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40분쯤 2차 저지선으로 접근했고 오전 7시 49분쯤에는 2차 저지선을 우회 통과했다.

오전 8시쯤 3차 저지선에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경호처와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전 8시 13분에는 3차 저지선 초소에 진입한 데 이어, 오전 8시 23분에는 저지선의 차문을 개방했다.  

이번 2차 집행 인원을 대폭 늘려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청 안보수사대 및 광역수사단 인력 1000여명을 차출했다. 공수처도 처·차장 포함 검사·수사관 현원(52명)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40여명을 집행 현장에 투입했다.

지난 3일에는 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장 등을 현행범 체포할지를 두고 현장에서 공수처와 경찰 간 이견도 노출됐다. 반면 이번에는 영장 집행·현장 경험이 많은 경찰을 중심으로 2차 집행 계획을 짜고, 극렬히 저항하는 경호원들은 현행범으로 체포해 여러 경찰서로 분리 호송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찰은 수차례 작전 회의를 열고 차벽·철조망 등으로 요새화가 이뤄진 관저에 진입하고 체포 대상자 신병을 확보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결해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결해 있다. 뉴스1

 
공수처와 경찰은 최대 2박 3일의 장기전을 벌이더라도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로 임했다. 지난 3일 집행 인원은 공수처와 경찰 특별수사단을 합쳐 150명 정도였다. 이 중 100명가량이 관저 경내에 진입해 2배 규모인 200여명의 경호처·군 인력과 대치했으나 수적 열세라고 보고 5시간 26분 만에 물러섰다.

이와 함께 경찰은 1차 집행을 방해했던 경호처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는 등 관련 수사도 병행해왔다.

특히 박종준 전 경호처장 사퇴 이후 직무대행으로 경호처를 이끄는 김성훈 차장은 수차례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와 경찰은 경호처와 국방부에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 공문을 보내고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경호처 직원 설득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차 집행 실패 후 체포영장을 연장해 유효기간을 기존 7일에서 대폭 늘려 마감에 쫓기지 않고 여유가 생긴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7일 재발부받은 영장 유효기간은 설 연휴 전까지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