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를 설명하고, 태도와 세계관을 녹여내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에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좋은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하죠.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출시 기념 '코치 마뗑킴 팝업' 전경. 김세린 기자
지난 10일 서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지하 1층. 유독 젊은 고객들이 몰린 한 행사장이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코치(Coach)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Matin Kim)의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문을 연 팝업스토어였다. 그곳에서 20대 여성들은 서로 다른 두 브랜드 로고가 한데 박힌 가방을 착용해보느라 바빴다. 포토존에서는 제품을 들고 인증샷을 촬영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였다.
‘엄마 브랜드’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화려하게 부활한 코치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최강’자로 꼽히는 마뗑킴의 만남은 요즘 ‘젠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10대 후반~20대 초중반·Z세대)’가 열광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코치 같은 백화점 명품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브랜드가 지하 1층에 내려와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한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백화점 팝업 공간이 젊은 층의 고객 확대를 위한 중요 수단으로 활용되는 요즘 추세를 반영한다.
'코치 마뗑킴' 컬래버레이션 컬렉션 모델 컷. 코치
최근 코치의 ‘C 로고’가 빽빽하게 수 놓인 모노그램 숄더백은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 1970년대 제품을 재해석한 태비백 디자인은 ‘힙(hip)’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Z세대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어니스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023년 25세 미만 소비자들이 코치에 사용한 비용은 전년 대비 10% 늘었다. 그에 앞서 지난 2022년 말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가 Z세대 9000명을 대상으로 가방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코치(18%)가 루이비통(13%)·샤넬(5%)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Z세대에게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코치의 제품과 콘셉트도 젊어지고 있다. 트렌디하고 도시적인 디자인으로 흥행에 성공한 마뗑킴과의 협업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마뗑킴은 브랜드 인큐베이터 하고하우스가 지난 2021년 투자·인수해 올해 일본·홍콩 등 글로벌까지 진출시킨 브랜드다. 한 개인이 블로그에서 선보인 지 5년 만인 2023년 매출이 1000억, 지난해 1500억원으로 늘더니 올해엔 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수 전 5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평가다.
‘코치 마뗑킴 팝업’에서는 두 브랜드의 한정판 컬렉션 아이템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소장 가치 높은 상품에 열광하는 Z세대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컬렉션은 캐주얼하고 자유롭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Z세대의 관점에서 스트리트웨어를 해석했다. 코치가 강조해온 장인 정신과 마뗑킴의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철학이 맞닿아 있다는 게 브랜드 측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진정성에 대한 신념과 함께 젠지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두 브랜드의 공통된 가치를 담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품절대란을 일으킨 코치 마뗑킴 컬렉션 '카고 토트백'. 코치
코치 마뗑킴 컬렉션 크롭 티셔츠. 빈티지에서 영감 받은 색상의 젠더리스 아이템이다. 코치
코치 마뗑킴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 중 하나는 ‘카고 토트백’으로, 소위 ‘품절대란템’이 됐다. 지난달 26일 출시 후 코치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 카고 토트백 4개 카테고리 중 3개 카테고리가 전량 동났다. 코치의 본고장 뉴욕의 헤리티지를 마뗑킴의 자유로운 감성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 데님과 리파인드 카프 가죽으로 제작됐고 코치와 마뗑킴의 로고가 함께 새겨져 있다. 이외에도 티셔츠, 후디, 데님 팬츠, 봄버재킷, 볼캡 등의 컬러는 브라운·그레이·블랙·블루 등 빈티지에서 영감 받은 색상을 사용해 ‘젠더리스(genderless·성별 구별이 없는)’ 패션 트렌드를 반영했다.
코치 마뗑킴 컬렉션 캠페인 모델 캣츠아이(KATSEYE). 코치
'진정한 나를 표현하는 시간'이라는 캠페인 메시지가 담긴 모습. 김세린 기자
패션업계에서는 개성 넘치는 브랜드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두 브랜드의 협업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젊은 감성을 확대하기 위해 컬렉션 캠페인 모델로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캣츠아이가 다국적 멤버들로 구성된 걸그룹으로 Z세대 사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캠페인 메시지를 따왔다는 설명이다.
코치 마뗑킴 컬렉션은 한국·일본·홍콩에서 동시 출시됐으며, 이번 팝업은 다음 달 2일까지 운영된다. 마뗑킴과의 협업에 대해 코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는 “젠지의 자유로운 패션 스타일과 기존의 패션 코드를 마뗑킴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다”며 “코치의 장인 정신과 마뗑킴 특유의 실루엣을 젠지의 관점으로 결합하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마뗑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우빈 실장 역시 “마뗑킴은 패션이 단순히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스토리를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믿는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과 이러한 개성과 ‘나’를 표현하는 것을 소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세린 기자 kim.ser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