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곧 출석”…직접 증인 신문 할 수도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 의지를 재차 드러내면서 출석 절차 및 심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20일 윤 대통령 출석 여부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곧 출석할 것”이라고 답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된 직후부터 “윤 대통령이 변론에 직접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1차(지난 14일)·2차(지난 16일) 변론에는 불출석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사상 첫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서 윤 대통령으로선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직접 본인 주장을 호소할 곳은 헌재 심판정이 유일한 상황이다.

출석 시 첫 '구속' '대통령' 신분…“포승줄은 안 찰 듯”

윤 대통령이 출석하면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자신의 탄핵심판에 참석하는 사례가 된다. 대통령을 제하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오는 23일 선고) 등 탄핵심판 당사자 출석 사례가 있긴 하지만, 구속 중 상태로 출석한 경우는 없다. 즉, 사상 첫 ‘현직 대통령’에 사상 첫 ‘구속 중’ 신분으로 출석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출석을 희망할 경우 방어권, 재판절차 진술권 등을 보장하는 헌법에 따라 참석이 가능하다. 이동 방법은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던 때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구치소에서 교도관 1명과 법무부 호송 차량에 탑승한 채 경호처 차량이 호송차 주변을 따라붙는 형태였다.

2017년 1월 16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 출석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2017년 1월 16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 출석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옷차림과 수갑 여부 등도 관심사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구속 상태로 증인 출석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각각 수의와 사복을 입고 출석했다. 또 둘 다 포승줄에 묶인 채 헌재로 이동했고 심판정에 들어가기 직전 포승줄을 풀었다.


옷차림의 경우 ‘미결수는 재판에 참석할 때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형집행법 82조)는 규정에 따라 윤 대통령은 사복을 입고 갈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 등 일부 미결수가 동정심 자극 등 이유로 수의를 입고 가는 경우가 있지만, 윤 대통령은 서부지법에 출석할 때 정장을 입고 갔다.

포승줄 역시 ‘교도관은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수용자를 호송하는 때 등에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형집행법 97조)는 규정에 따라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는 “권한은 정지됐더라도 현직 대통령인만큼, 법무부가 임의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 수괴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18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내란 수괴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18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尹, 직접 증인신문 가능성…“김용현 상대할 듯”

윤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변론은 물론, 증인신문도 할 수 있다. 아직 탄핵심판 당사자가 직접 증인 신문한 사례는 없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헌재법 40조 1항)하고 ‘피고인은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163조 1항)는 규정이 있다.

첫 증인신문은 오는 23일 4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증인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열린다. 당초 다음 달 6일로 신문기일이 잡혔지만, 윤 대통령 측이 “먼저 불러달라”고 요청해 이날로 당겨졌다. 같은 날 국회 측 증인인 조지호 경찰청장 증인신문도 예정됐으나 건강 문제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신문에 익숙한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장관과 약속 대련하듯 신문하면서 첫 증인 신문을 유리하게 끌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장관 구속 후 윤 대통령이 “포고령 1호는 김 전 장관이 잘못 베낀 것”,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김용현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해 생긴 균열이 신문 과정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 측 증인 주장을 깰 논리를 찾아내면 증인 반대신문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은 진술권이지 신문권이 아니다”며 “재판관 재량에 따라 신문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방어권을 위해 변론을 펴더라도, 부정 선거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할 경우 오히려 재판부가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현판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현판이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헌재도 긴장…경찰 증원 요청 등 보안 강화

헌재는 20일 윤 대통령 출석에 대해 “현재까지는 밝힐 단계가 아니다”(천재현 공보관)면서도 유사시를 대비한 긴장 모드를 높이고 있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이 출석했던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 막대한 피해를 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천 공보관은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해 헌재 보안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경찰에 외곽 경비 강화를 요청하고 심판정 입정 시 출입 검색을 강화하며 보안요원을 증원하고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서부지법 사태를 “법치주의 부정이자 중대 범죄”라 규정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