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에도 특검·탄핵·구속 같은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오전 최고위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대전환 시대의 막이 오른다”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관계에서도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병존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후 추락한 경제 상황을 거론하며 “추경 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 민주당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라고도 했다.
서울 서부지법 폭력사태 대응이 화두였지만 “배후세력과 선동 세력까지 발본색원해야 한다”(박찬대 원내대표), “전광훈식 극단주의가 민주 헌정의 최대 위협요인”(김민석 최고위원) 등의 강성 발언은 다른 참석자들이 맡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는 이제 미래 이야기를 해야 한다. 경제·외교 두 축에서 믿을 수 있는 지도자 면모를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실 백드롭(뒷걸개) 문구를 ‘회복과 성장, 다시 大(대)한민국’으로 바꿨다.
“어딜 가든 경제 이야기를 해야 산다”(재선 의원)는 게 최근 사나흘 새 확 바뀐 민주당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달 상법개정안 정책토론회를 주재한 데 이어 설 직후 고소득 전문직에 한해 노동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exemption)’ 정책토론회의 좌장으로 나설 계획이다. 여야가 논의 중인 반도체특별법에 이 규제 완화를 적용할지가 주요 쟁점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은행연합회를 찾아 6대 시중은행장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에게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충실하게 잘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당 민생경제회복단이 이날 지역화폐법 개정안과 ‘중간착취 방지 4법’(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 등)을 포함한 2차 민생 입법과제를 발표했고, 민주당 기재위·민주연구원이 거시경제 관련 간담회를 각각 열었다.
외교와 관련해서는 여권의 ‘이재명=친중(親中)’ 프레임 반박에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데 이어 오는 22일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접견한다. 이 대표는 이날도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외교·안보·통상 전략”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