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려경은 21일 일본 도쿄의 고라쿠엔홀에서 한일전으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미니멈급(47.6㎏급) 타이틀전(10라운드)에서 구로키 유코(34·일본)에 판정패했다. WBA는 세계복싱평의회(WBC), 국제복싱연맹(IBF), 세계복싱기구(WBO)와 더불어 세계 복싱 4대 기구로 꼽힌다. 구로키는 프로 16년 차의 베테랑으로 WBC 미니멈급 챔피언과 WBA, WBO 아톰급(46.3㎏) 통합 챔피언을 지낸 강호다. 이날 승리로 34전 24승(10KO) 8패 2무를 기록했다.
서려경은 2018년 친하게 지내던 선배 마취과 의사의 권유로 복싱을 시작했다. 처음엔 프로 선수는 꿈도 꾸지 않았다. 업무 스트레스를 링에서 푸는 정도였다. 그는 단 시간에 복싱에 푹 빠졌다. 타고난 운동 신경의 소유자였던 그는 1년 뒤인 2019년 프로 테스트를 거쳐 데뷔전까지 치렀다. 그때부터 꿈을 세계 챔피언으로 정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고 지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뭐든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의대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것도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근성 때문이라고 한다.
서려경은 복싱을 통해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선천적으로 한쪽 발가락이 네 개뿐이다. 발 사이즈도 양쪽이 1cm 차이가 난다. 복싱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끝을 보고 마는 근성 때문이다. 서려경은 "일단 복싱을 좋아하고, 하다 보니까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며 "어쨌든 시작한 것을 끝까지 해야 하는 성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