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남해 죽방렴 원형 복원...7월 세계유산 등재 밑거름 될 듯

남해 지족리 죽방렴. [중앙포토]

남해 지족리 죽방렴. [중앙포토]

경남 남해군이 5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유산 ‘남해 죽방렴’의 원형 복원을 추진한다.

남해군은 22일 “지족 어촌계와 협력해 죽방렴의 역사·생태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원형 복원 사업에 나선다”며 “이번 주에 공사를 시작해 5월 중 완공 예정이다”고 밝혔다. 참나무와 대나무 등 전통 소재의 재료를 활용해 죽방렴 1기를 원형 그래도 복원하고 대나무발 역시 전통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다는 것이 남해군 측의 설명이다.  

남해 죽방렴은 5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물살이 빠르고 좁은 물목의 조류가 흘러들어오는 쪽에 길이 10m 안팎의 참나무 기둥 수백 개를 박아 ‘V’자형으로 울타리를 만든다. 밀물 때 바닷물과 함께 밀려온 멸치가 썰물 때 이 V자형 울타리에 남게 되는 원리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울타리에는 그물이 처져 있고, 통로 끝에 불룩한 통발이 설치돼 있어 멸치 등 물고기가 그 안으로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 이런 죽방렴 방식으로 잡은 멸치에만 남해 죽방멸치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남해군 지족해협 23곳에 이런 죽방염이 설치돼 있다.  

특히 남해 죽방렴은 한반도에 현존하는 유일한 전통 함정어업으로 500여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 제71호’로 지정됐다. 이후 2015년 해양수산부로부터 ‘국가중요어업유산 제3호’로 지정됐고, 2019년 죽방렴의 한 구성요소인 어살이 ‘국가무형문화유산 제138-1호’로 지정되면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재 남은 23곳의 죽방렴은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 상태다. 전통 소재인 참나무와 대나무 대신 철제 말목과 참나무를 엮어 사용하고 있어서다. 이번 복원 사업은 죽방렴을 전통 소재로 복원하는 첫 사례여서 의미가 크다. 특히 남해군은 죽방렴 복원이 현재 추진 중인 세계중요농어업 유산 등재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해 지족리 죽방렴 내부 모습. [중앙 포토]

남해 지족리 죽방렴 내부 모습. [중앙 포토]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 모습. [중앙 포토]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 모습. [중앙 포토]

죽방렴 어업은 2022년 해양수산부의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GIAHS) 등재 신청 대상에 선정됐다. 현재 유엔식량기구(FAO)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세계중요농어업유산은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세계 각지의 전통적 농업 활동과 경관, 생물다양성, 토지이용 체계를 선정·보전해 다음 세대에 계승한다는 취지로 선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제주 밭담, 하동 전통차, 금산 전통 인삼 등 농업 분야 4건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어업 분야에서는 제주 해녀 어업이 2018년 12월,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2020년에 등재를 신청했고,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남해군 관계자는 “현재 남해 죽방렴 어업의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신청 서류 제출과 보완 작업은 끝났고 올해 현장 실사를 거쳐 7월쯤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면서 “죽방렴 복원 등이 세계농업유산 등재에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