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카 안 써요, 세뱃돈 내 계좌로 넣어줘요”…요즘 청소년 보고서

 10대 중ㆍ고등학생의 91.4%는 용돈을 본인 명의의 계좌 또는 카드로 받았다. 현금으로 받는 청소년은 6.8%, 엄카를 사용하는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사진 중앙포토.

10대 중ㆍ고등학생의 91.4%는 용돈을 본인 명의의 계좌 또는 카드로 받았다. 현금으로 받는 청소년은 6.8%, 엄카를 사용하는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사진 중앙포토.

요즘 청소년 10명 중 9명은 '엄마 카드(엄카)' 대신 본인 계좌나 선불카드로 용돈을 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명절 용돈도 스스로 관리한다. 이제 ‘세뱃돈은 엄마한테 맡겨’가 통하지 않는 시대다.

23일 우리은행이 발표한 한국 청소년의 라이프스타일 보고서 ‘틴즈 다이어리(Teens Diary)’의 내용이다. 만 14~18세 청소년 37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10대 중ㆍ고등학생이 ‘주체적 금융소비자’로 떠올랐다는 게 눈에 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1.4%는 용돈을 본인 명의의 계좌나 카드(선불카드)로 받았다. 현금으로 받는 청소년은 6.8%, 엄카를 사용하는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한 달 평균 용돈은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이 32.4%로 가장 많았다. 

또 ‘용돈 대목’인 명절에도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81.8%에 이른다. 청소년이 어른 한 명에게 받기를 기대하는 용돈은 10만원이지만, 실제 받는 금액은 5만원이었다. 청소년들의 지갑이 주로 열리는 곳은 편의점을 비롯해 카페, 공연장과 게임 등이었다.  

요즘 청소년은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더치페이’를 선호했다. 응답자의 76.2%는 친구들과 밥값을 계산할 때 금액과 관계없이 더치페이를 선호한다고 했다. 한 명이 전체 금액을 결제하면, 나머지는 각자의 몫을 송금해주는 방식이다. 이성 친구와의 데이트에서도 비용 부담은 ‘반반’을 선호했다. 특히 여학생이 '정확하게 데이트 비용을 반반씩 나눠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3.9%로 남학생(50.6%)보다 높았다. 정확히 나누기 어렵다면 남자가 조금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학생이 45.6%, 여학생이 14.0%였다.  


다만 재테크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소년의 92.8%가 저축이 필요하다고 인식했으나, 실제 저축이나 투자로 이어지진 않았다. 주로 자유입출식 통장에 남은 용돈을 저축했고, 보유 금액도 10만원 미만이 33.5%로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청소년이 생각한 부자의 기준은 뭘까. ‘약 2억원 연봉과 359억원의 자산’을 꼽았다. 부자가 되는 방법으로는 ‘높은 근로 소득 확보가 30.7%로 가장 많았고, 상속 및 증여(27.1%), 사업체 운영(24%), 적극적인 투자(18.2%)가 뒤를 이었다. 부자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은 것은 청소년이 아직 자산에 대한 경제적 개념이 명확히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한편,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요즘 청소년은 소통 방식도 남다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70.3%가 전화번호 대신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공유했다. 소통 대상에 따라 사용하는 메신저도 달라진다. 청소년 10명 중 9명은 부모와 연락할 땐 카카오톡(94.2%)을 사용했다. 하지만 실제 친구들(실친)과는 소통할 땐 인스타그램을, 관심사가 비슷한 인터넷상에서 친구(인친)와는 X(트위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