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브로통의 선언으로 1924년 시작된 초현실주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이 사조를 대표하는 작가인 르네 마그리트 작품에 영감 받아 완성한 가죽 컬렉션이다. 초현실주의는 이성과 논리를 초월해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하는 예술 운동으로 무의식이나 꿈, 현실 너머의 세계가 회화∙문학∙사진∙조각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 구현된다.
손에 쥔 마그리트의 예술혼
‘브리앙’ ‘땅페트’ ‘빵’ 등 델보의 시그너처 가방에 마그리트의 작품 속 대표 모티브인 구름∙사과∙나무∙파이프가 등장한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의 작품 속 유명 문구에 착안해 ‘Ceci n'est pas un Delvaux(이것은 델보가 아니다)’라는 문구도 아이코닉한 브리앙에 새긴다. 이음새 없이 가죽을 이어 붙이는 마케트리, 작은 비즈를 일일이 손을 꿰는 자수 등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방불케 하는 장인 기법을 동원해 완성한다. 기존 델보 가방의 특징인 내구성과 실용성에 예술성까지 겸비했다.
델보는 르네 마그리트의 사망 이후 그의 작품 세계를 알리는 마그리트 재단과 2008년 파트너십을 맺었다. 델보와 작가 모두 벨기에 태생이란 공통점이 체결의 원동력이 됐다. 이후 델보는 여러 차례 마그리트 컬렉션을 내놨다. 이번 서리얼 컬렉션도 재단과의 파트너십 일환이다. 초현실주의 100주년을 맞아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역시 영감의 요소로 활용됐다.
서리얼 컬렉션 런칭을 기념하는 행사가 1월 서울에서 열렸다. 이를 축하하고자 델보의 최고경영자(CEO) 장-마크 루비에(Jean-Marc Loubier)가 방한했다. 루비에는 델보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그가 참여한 이후 브랜드의 매출은 10배 올랐고, 3%에 불과하던 해외 시장 판매도 90%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바쉐론 콘스탄틴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 그룹이 2021년 델보를 인수한 이후에도 그는 CEO로 일하며 지속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인터뷰에서 루비에는 델보를 “르네 마그리트 같은 당대 예술가의 생각과 철학을 탐구해 이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브랜드”라 말하는 한편 “예술과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개체가 서리얼 컬렉션이다”라고 새 컬렉션의 소회를 밝혔다.
마그리트 재단을 포함해 예술 분야와 협업이 중요한 이유는 무언가.
예술과 델보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현대 핸드백의 창시자
델보는 1829년 창립자 샤를 델보가 여행용 가죽 제품 전문점을 열며 시작했다.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해 벨기에 왕국을 세우기 1년 전의 일이다. 1883년엔 제작 능력을 인정받아 벨기에 왕실 공식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여기에 더해 1908년 세계 최초로 가죽 핸드백에 대한 특허를 내며 ‘모던 핸드백의 창시자’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여행 중 자신의 귀중품을 휴대하기 원하는 여성 고객의 ‘니즈’를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해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 델보는 1946년 항공 여행을 위해 디자인한 ‘아비아 에어레스’, 1958년 처음 나와 지금까지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브리앙’, 1967년 처음 출시된 또 다른 대표작인 ‘땅페트’ 등 여러 가방을 선보이며 현대적인 명품 브랜드로 발전했다.
브랜드 아카이브(기록 보관소)에는 핸드백 디자인을 포함해 3000개가 넘는 디자인 자료가 남아있다. 1908년 이후 출시된 제품의 상세한 설명과 스케치는 ‘르 리브르 도르(Le Livre d’Or·황금 책)’에 남겨진다. 설립 190주년이 된 2019년엔 브뤼셀 아스날에 델보 박물관을 열었다. 브랜드의 역사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벨기에의 뿌리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델보는 본국인 벨기에와 패션 중심지인 프랑스에 자리한 3개의 공방에서 제품을 만든다. 중요한 점은 브랜드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제품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829년 설립한 가장 오래된 고급 가죽 제품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오랜 시간 델보를 이 분야에서 돋보이게 만든 요소는 무엇이었나.
델보는 ‘가죽의 건축가(Architect of Leather)’로 불린다. 어떤 의미라 생각하나.
벨기에의 작은 가죽 공방에서 지금은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전환점이 있었나.
델보에 한국은 어떤 시장인가.
델보를 어떤 브랜드로 기억하길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