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박정태, 24일 만에 SSG 2군 감독 자진 사퇴

뜨거운 논란 속에 프로야구 SSG 랜더스 퓨처스(2군) 지휘봉을 잡은 박정태(55) 감독이 결국 사퇴했다.  

박정태 전 SSG 2군 감독. 중앙포토

박정태 전 SSG 2군 감독. 중앙포토

SSG 구단은 24일 "박 전 감독이 2군 사령탑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퓨처스 감독 발표 뒤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팬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향후 구단은 KBO리그와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박 전 감독은 구단을 통해 "선임 이후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 목소리를 들었다"며 "현장으로 복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 문제로 팬과 구단에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향후 낮은 자세로 KBO리그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전 감독은 현역 시절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특유의 근성 덕에 '악바리'라는 별명으로 야구팬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은퇴 후엔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2012년 타격코치를 마지막으로 프로야구를 떠났다.  

야구인 박정태의 명성에 큰 흠집이 난 건 2019년 1월이다. 박 전 감독은 음주 운전과 시내버스 기사 운전 방해 및 운전자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과거에도 두 차례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KBO리그는 세 차례 음주 운전이 적발된 구성원에게 영구 실격 처분을 내린다.  


박정태 전 SSG 2군 감독. 사진 SSG 랜더스

박정태 전 SSG 2군 감독. 사진 SSG 랜더스

그런데도 SSG 구단은 지난해 12월 31일 박 전 감독을 2군의 새 수장으로 선택했다고 발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거 음주로 물의를 일으킨 이력은 물론이고, 13년간 현장을 떠나 있던 박 전 감독의 육성 능력에도 의문 부호가 붙었다. 여기에 박 전 감독이 최근 SSG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 총괄로 선임된 추신수(42)의 외삼촌이라는 사실도 잡음을 더욱 키웠다. SSG 구단이 "추신수 보좌역과의 혈연은 2군 감독 선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팬들은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박 전 감독은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일 시무식과 함께 업무를 시작해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SSG 역시 "박 전 감독은 지난 이슈를 통렬히 반성했고, 구단도 그의 변화한 모습을 확인했다"며 "그 과정에서 야구를 향한 절실함을 실감하고, 장점이 더 부각됐다고 느꼈다. 구단 기준에 부합하는 역량 있는 지도자로 판단했다"고 거듭 감쌌다. 

그러나 박 감독은 결국 "더는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SSG 구단도 고심 끝에 박 전 감독과의 계약 철회를 결정했다. 박 전 감독의 2군 사령탑 선임을 발표한 지 24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