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전자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나란히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스마트폰 외에 인공지능(AI)·전장 부품 시장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기
24일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10조2941억원과 영업이익 735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증가하며 197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15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 증가에 그쳤으며 시장의 기대치(1400억원)를 밑돌았다.
이틀 전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이노텍도 상황은 비슷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매출 21조2008억원, 영업이익 706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연 매출은 2년 연속 20조원을 넘으며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3280억원)보다 훨씬 낮은 2479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부진에 발목…“AI·전장 집중 공략”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사의 이런 상황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시장의 수요 둔화 영향이 크다. 특히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2340만대로 전년 대비 1.4%, 애플은 2억3210만대로 0.9% 감소했다.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광학 사업의 시장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도 카메라 모듈 등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한 8612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S25 흥행 촉각…“고성능 카메라 공급 확대”
양사는 모두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인공지능(AI)과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사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박지환 LG이노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으로 차량용 센싱·통신·조명 등 자율주행 핵심 부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AI·반도체 부품 신사업을 육성하는 등 사업구조 고도화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도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전장용 카메라 모듈 등 고부가 제품 관련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 S25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삼성전기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 공급사인 만큼 지난 23일 출시된 갤럭시S25의 흥행 수준에 따라 올해 실적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4일 삼성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태곤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주력 기종의 차별화 포인트로 망원줌 성능 강화와 슬림화 등을 지속 요구하고 있어 이에 따른 카메라 고사양화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고화소, 초접사, 슬림화 등 신구조 폴디드줌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고객사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고성능 제품 공급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