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일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가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키로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에게 “사회적으로 굉장히 파장이 크니까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야당에) 요구해서 진상규명에 앞장서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최 의원은 “오씨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공영방송 내에서 젊은 방송인을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직장 내 차별이 자행됐는지 분개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MBC에도 “MBC 이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이 문제를 철저히 진상조사해서 이런 차별행위가 어떻게 방치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재발방지책을 세워줄 것인지 등 철저히 대책을 마련해서 과방위에 보고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과방위 소속 박충권 의원은 “이 문제는 고인의 죽음을 단순히 정쟁으로 다루려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MBC의 최승호·박성제 사장 시절부터 있어왔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살펴보고 어떻게 동료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살펴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고에 대해서는 특별근로 감독 대상이 된다고 한다”며 “고용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적극 검토 요청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김형동 의원에게 “오요안나 씨 사망 관련해서 특별감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달라”고 했고, 김 의원은 “상임위 차원에서도 청문회를 포함한 후속절차를 상의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또다른 과방위원 이상휘 의원도 이날 “MBC는 비극적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반성과 책임은커녕 면피와 책임 전가로 일관했다”며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MBC 흔들기 중단하라’는 황당한 입장문을 내며 정치적 음모론까지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MBC가 자체 진상조사를 한 것 그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관련 녹취록까지 나온 이상 고용노동부가 즉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번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 있는 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MBC는 한치의 숨김없이 고인의 죽음과 관련된 진상을 밝히는데 모든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2021년 MBC에 입사한 오씨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오씨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된 사실이 한 언론보도로 지난달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오씨와 입사 동기를 제외한 기상캐스터 4인방의 카카오톡 단체방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오씨가 2022년 11월 tvN 예능프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였다. 유족은 해당 동료 기상캐스터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 경찰은 의혹과 관련해 내사 중이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 기상캐스터 사건을 수사해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MBC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 사망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며 “위원회는 2월 5일 수요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가며, 가능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하지만 지난달 28일 낸 입장문에서 “고인이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게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혀 비판을 받았다.
한편 MBC를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한 시민의 민원을 진정서로 전환해 사건을 접수했다. 서울서부지청은 MBC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받아 검토한 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