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북·러 접경지역인 연해주의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자동차용 교량을 설계·건설하는 내용의 계약을 자국 건설회사인 톤넬유즈스트로이(TonnelYuzhStroy LLC)와 체결했다고 4일 전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해당 교량은 총 길이 800m 폭 10m의 왕복 2차선으로, 기존 두만강 철교에서 강 하류 쪽으로 415m 내려간 지점에 건설된다. 사업 완료 기한은 2026년 12월이다.
북·러 정상은 지난해 6월 정상회담 당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하면서 두만강 교량 건설에 관한 협정도 체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이 북한의 대러 군사지원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RFA에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은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역을 직접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북한 무기 공급에 대한 부분적인 대가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교량이 완공되면 양국은 많은 물동량을 신속하게 운송할 수 있는 육로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여객 수송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군사 관련 교류는 물론 김정은이 역점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관광사업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재 양국 간 교류는 철도와 항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화물 운송에 주로 사용되는 철도는 북·러 접경지역인 하산~바리노프스키 사이 231㎞ 구간의 철로 노후화가 심각해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항공의 경우에도 북한 고려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의 수가 적은 데다 대부분이 노후 기종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러 간 차량용 교량이 완공될 경우 양국의 물류망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량 완공으로 차량이 대거 투입되면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물류 인프라를 신속하게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군사 분야를 축으로 이뤄진 양국 간 협력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러 양국은 올해 들어서도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활발하게 이어가는 분위기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임광웅 국가항공총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민용항공대표단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민용항공하부구조전시회-2025'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3일 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했다. 이에 앞서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 대표단도 지난달 24일 러시아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