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잇는 차량용 교량 내년 말 완공…"양국 협력 심화 가능"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 중국 측 팡촨(防川)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러대교(철교). 왼쪽은 러시아 하산역, 오른쪽에는 북한 두만강역이 있다. 중앙포토

두만강 하구 북·중·러 접경 중국 측 팡촨(防川)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러대교(철교). 왼쪽은 러시아 하산역, 오른쪽에는 북한 두만강역이 있다.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두만강 자동차용 교량 사업이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교량이 완공되면 양국 간 협력이 한 단계 더 진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북·러 접경지역인 연해주의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자동차용 교량을 설계·건설하는 내용의 계약을 자국 건설회사인 톤넬유즈스트로이(TonnelYuzhStroy LLC)와 체결했다고 4일 전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해당 교량은 총 길이 800m 폭 10m의 왕복 2차선으로, 기존 두만강 철교에서 강 하류 쪽으로 415m 내려간 지점에 건설된다. 사업 완료 기한은 2026년 12월이다.

북·러 정상은 지난해 6월 정상회담 당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하면서 두만강 교량 건설에 관한 협정도 체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이 북한의 대러 군사지원에 대한 반대급부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RFA에 "새로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은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역을 직접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북한 무기 공급에 대한 부분적인 대가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교량이 완공되면 양국은 많은 물동량을 신속하게 운송할 수 있는 육로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여객 수송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군사 관련 교류는 물론 김정은이 역점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관광사업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재 양국 간 교류는 철도와 항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화물 운송에 주로 사용되는 철도는 북·러 접경지역인 하산~바리노프스키 사이 231㎞ 구간의 철로 노후화가 심각해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항공의 경우에도 북한 고려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의 수가 적은 데다 대부분이 노후 기종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러 간 차량용 교량이 완공될 경우 양국의 물류망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량 완공으로 차량이 대거 투입되면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물류 인프라를 신속하게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군사 분야를 축으로 이뤄진 양국 간 협력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러 양국은 올해 들어서도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활발하게 이어가는 분위기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임광웅 국가항공총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민용항공대표단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민용항공하부구조전시회-2025'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3일 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했다. 이에 앞서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 대표단도 지난달 24일 러시아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