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스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3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개혁당은 지지율 25%로 노동당(24%)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중도우파 성향의 보수당은 21%로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에서 영국개혁당이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의 트럼프' 불리는 패라지 대표
영국개혁당을 이끄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불법 이민자 추방, 반(反) 기후변화 관련 정책 등을 내세워 '영국의 트럼프'로 불린다. 이번 조사에서 영국개혁당의 주 지지층은 남성과 노동자 계층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미국 대선에서 백인 노동자의 표심을 겨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유럽 정치에 간섭하고 있는 머스크까지 영국개혁당에 힘을 실었다. 머스크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과거 미성년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며 사퇴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회 해산과 총선 실시를 강조하며 영국개혁당을 지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패라지 대표와 사진을 찍으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개혁당의 지지율 급등이 머스크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5일 영국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의 석방을 두고 패라지 대표와 충돌했는데, 영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머스크의 내정 간섭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여론이 커지며 오히려 패라지의 존재감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개혁당 돌풍, 보수당에 더 위험 신호"
이번 조사 결과가 집권 노동당보다 야당 보수당에 더 위험한 신호라는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타머 총리에 대해 불만이 큰 유권자들은 (보수당 대표인) 케이 베이드녹이 아니라 소수 정당을 바라보고 있다"며 "다음 총선에서 노동당은 재집권할 수 있지만, 보수당의 성적은 매우 형편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보수당은 개혁당을 지지하는 포퓰리스트 우파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혁당이 이런 (전통적인) 보수당 지지자들까지 끌어들이며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