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대북라인 돌아온다…국무부 서열 3위에 앨리슨 후커 유력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대북 협상 실무를 맡았던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 트럼프 2기 국무부의 정무차관으로 유력하게 부상했다. 앞서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지명된 알렉스 웡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로 임명된 케빈 김에 이어 후커까지 돌아오면 1기 때 북·미 협상 판을 짜던 핵심 인사 상당수가 돌아오는 셈이다.

지난해 1월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이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해 1월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이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후커 전 보좌관은 마코 루비오 장관이 이끄는 국무부의 서열 3위인 정무차관 등 주요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분석관 출신으로 트럼프 1기에서 북핵 협상 관련 실무를 맡은 후커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에 몸담지는 않았지만 2기 행정부 출범 후 외교안보 핵심 라인에 발탁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탑다운'(Top down)식의 협상을 추구하는 트럼프를 보좌했던 후커는 비핵화에 대해서는 원칙적 입장을 주로 피력했다. 후커는 지난해 1월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스몰 딜을 할 우려에 대해서 "(북·미 간에) 상호적인(reciprocal) 행동이 이뤄져야 한다"며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 측의 가시적인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2019년 2월 ‘하노이 노 딜’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나쁜 합의(bad deal)’를 박차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1기 북·미 협상 멤버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건 김정은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다만 이들의 면면을 보면 북핵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학습을 바탕으로 북한의 기만 전략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신임 국가안보 부보좌관인 알렉스 웡은 북·미 정상회담 국면을 두루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대북 제재 사안 조율을 위한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주도한 경력도 있어 협상과 압박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웡 부보좌관은 2021년 8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해 연합훈련 연기나 제재 완화 등 양보안을 제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2020년 2월 알렉스 웡 당시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0년 2월 알렉스 웡 당시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위해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도착하는 모습. 연합뉴스

 
케빈 김 신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대북정책특별대표 역할을 맡았던 스티브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을 밀착 보좌하며 북·미 협상 국면을 현장에서 겪었다. 김 부차관보가 수행했던 비건 전 부장관은 북한에 선제적으로 양보하는 데는 선을 그으면서도 남북 양측의 입장을 두루 이해하는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한편 한반도 현안을 총괄하는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는 마이클 디섬브레 전 주태국 미국 대사가 최종 후보군에 들었다고 한다. 당초 동아태 차관보 자리에는 10명에 가까운 복수의 후보가 거론됐다가 최근 디섬브레 전 대사 단수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그는 트럼프 1기 때인 2020~2021년 태국 대사로 근무한 후 본업인 인수합병과 사모펀드 전문 변호사로 복귀했다.

현재 조셉 윤 대사대리가 '임시 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주한 미국 대사 자리에는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 전 연방 하원의원이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한 미국 대사를 직업 외교관을 보낼지, 정무직을 보낼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구체적인 인선이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직전 대사인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는 미 국무부에서 직업 외교관 중 최고위 직급인 '경력 대사(Career Ambassador)'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