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에 대한 탄핵심판 5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홍 전 1차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오후 11시 6분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전화로 위치추적 요청 명단을 불러줘 메모했는데 다 받아적진 못했지만 14~16명 정도로 기억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명단을 반 정도 적다가 이게 뭐지 하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계엄 해제 이튿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국민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며 사과를 제안했다고도 했다.
尹 “격려차 전화…간첩 검거 도와주란 얘기”…홍 “간첩 얘긴 없었다”
이에 홍 전 1차장도 “대통령과 통화에서 간첩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었다”고 재차 반박했다. 변론 종결 직후 기자들에게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가 진행 중이고 지금 수방사, 특전사가 막 난리를 치는데 1차장에게 격려차 전화를 하신다, 그 시간에?”라고 반문했다.

그래팩=박경민 기자
"경찰청장에게 체포 대상 위치파악 요청"
다만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합동수사단 인력 지원과 체포 대상 위치파악을 요청한 것은 시인했다. 국회 측 대리인이 “정치인 15명 정도를 체포할 건데 경찰에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두 가지를 협조 요청한 적 있다. 첫째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하니 인력을 보내달라는 것과 (정치인) 특정 명단에 대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요청한 것”이라고 답하면서다. 명단의 내용에 관해선 “제가 기억하는 것과 조지호 청장이 기억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답을 피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尹 "내가 선관위 군 투입 지시"
다만 자신의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선관위 서버 압수 및 직원 체포 시도’ 의혹에 대해선 적극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군인들은 장관 지시가 있으면 ‘서버를 압수하네 뭐네’란 식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서버 압수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콘텐트도 압수한 게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또 “정치인을 체포하라, 끌어내라는 등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느니, 받았느니 하면서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훌륭한 장군들 진술에 말 섞고 싶지 않습니다만 군인 몇 명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해 소화기를 맞고 후퇴하지 않았느냐” “실제 정치인 체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시도 및 체포 지시 의혹도 적극 부인했다.
군사법원에 기소돼 1심 재판 중인 여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내란 혐의 핵심 피의사실에 관해선 답변을 거부하거나 부인했다.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14명 체포 대상 명단 받았냐”는 질문엔 “형사재판 사항이라 진술하지 못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주도로 합수본 제2수사단을 창설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엔 “오래 전부터 당연히 알던 사이지만 그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은 “국군통수권자가 내린 비상계엄이라는 명시적이고 공개적인 명령을 따르지 않을 군인은 제가 알기론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도 직접 출석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계엄에 대해 수차례 반대를 직언했다”며 국헌문란 의도를 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진우 전 사령관도 이날 증인신문에선 “윤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맞고, 일부 충격적인 단어가 기억이 나는 것도 있지만 답하기 어렵다”며 “저의 형사재판에서 밝히겠다”고 증언을 거부했다.
그는 대신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자 국군통수권자이고,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 전문가라고 생각해서 방송으로 발한 내용이 위법, 위헌이라는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고 적법하다고 생각했다”며 국헌문란의 의도를 부인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공관에서 예하 부대 사단장들과 저녁약속까지 마쳤고, 관사에서 설거지하던 중에 (김용현 장관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며 “‘무슨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부대에 들어가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 선포도 TV를 보고 알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지시에 따르는 건 적법하다 생각"
이 전 사령관은 자신이 계엄군으로 투입된다는 건 알았고, 계엄 선포 직후 군대의 움직임이 “‘국회로 즉시 출동하라’고만 들어서 통합방위매뉴얼에 따라 움직였고, 중요 시설 방위·경계였을 뿐”이라며 자신의 핸드폰에서 나온, ‘쇠지렛대와 망치·톱 휴대, 공포탄 개인 불출 시행’ 등이 적힌 ‘12·2 대비계획’ 메모에 대해서도 “장관이 비상 상황에서 수방사의 역할과 절차를 묻고 정리해서 보내달라기에 설명을 위해 통합방위매뉴얼을 급하게 쳐서 텔레그램으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사령관은 “당시 차 안에서 핸드폰 3개로 전화를 내내 받으면서, 창문으로만 바깥 상황을 인지하면서 작전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내가 한 말이 뭔지도 모른다”며 “제3자가 얘기했다는 내용 중 제 기억에 없는 게 많다. 저의 공소장 내용은 제 진술 내용만 있는 게 아니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