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다음 날인 4일 새벽 국회로 진입하려는 군인들을 국회 보좌진과 시민들이 막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4일 라디오에서 "개헌은 국가 대개조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제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의 권한 분산, 과대한 입법권에 대한 제어 장치를 담는 개헌에 이르는 과정에서 12·3 사태를 면밀히 분석해 헌법에 잘못된 부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계엄권 제한 개헌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은 3일 페이스북에서 "계엄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70%, 80% 이상이 찬성할 개헌 조항"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이 중 17건은 ‘국회 사전동의제’를 신설하자는 법안이다. 현재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만 거치면(계엄법 2조)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을 국회 의결 없이는 계엄 선포가 불가능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를 ‘의결’로 바꾸자는 개정안도 10건에 달했다. 국무위원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선포를 강행한 12·3 사태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다. 의결일 경우 국무위원의 찬반이 문서로 남는 효과도 있다.
개정안 중엔 국회가 해제를 의결하면 즉시 계엄의 효력이 소멸하도록 하자는 법안도 5건 제출돼 있다. 지난해 12월 4일 1시 1분 국회가 190명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 해제 선언이 4시 26분에야 나와 시민들이 3시간 이상 불안에 떨었던 상황이 재현되는 일을 막자는 것이다.

신재민 기자
이를 고려해 48시간 내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자는 개정안(이해식 의원 등)도 나와 있지만 이 역시 위헌 논란을 피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적잖다. 72시간 내 국회 승인을 받자는 개정안을 낸 이정문 의원은 “비상 입법과 관련한 헌법 조항 자체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의결을 계엄 선포의 요건으로 하자는 것도 논란이다. “계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한민수 민주당 의원)이라고 발의자들의 주장과 “전시 등에 대통령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헌법의 취지를 ‘심의’로 구현한 것인데, 이를 의결로 바꾸면 헌법 취지와 어긋난다”(익명 원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국회 의결 시 자동 해제 법안도 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헌법 77조 5항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해, 해제권 자체는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개정으로 해제권을 제한하면 위헌”이라며 “위헌적인 비상계엄 사태의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개헌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