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곳 중 700곳만 간신히 생존"…국내 車부품사 직격탄[다시, 공장이 떠나다]

글로벌 무역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완성차 기업이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리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자동차 부품 기업 코리아에프티에서 연료탱크 파이프를 생산하는 모습. 중앙포토

글로벌 무역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완성차 기업이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리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자동차 부품 기업 코리아에프티에서 연료탱크 파이프를 생산하는 모습. 중앙포토

완성차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늘수록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낙수효과가 줄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2·3차 협력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징후는 이미 있었다. 10일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연간 자동차 수출액은 708억6400만 달러(약 103조3060억원)로 전년 대비 31.1%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오히려 1.6% 줄어든 229억5400만 달러(약 33조 4620억원)였다. 현재 통상 환경을 고려해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생산을 확대하면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할 가능성이 커져 국내 부품업체들엔 악재다. 이경진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정책연구소장은 “국내 부품사 1만5000개 중 해외 동반 진출 능력이 있는 1차 협력사 700여 곳을 제외한 나머지 수천 곳은 생산 이전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라며 “근 30년 동안 자동차 부품업계는 완성차 선전에 따른 낙수효과로 살았는데, 앞으로는 정말 먹고 살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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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작은 2·3차 협력사의 일자리부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품산업 종사자 수는 28만1373명, 기업은 1만5239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인 미만 사업체가 과반(50.3%), 매출액 5억 미만인 곳이 27.6%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기업과 1차 협력사는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은 편이지만, 규모가 작은 2·3차 협력사들은 납품액이 줄면 당장 인력부터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융합기술원에 따르면, 2023년 외부감사 대상 부품 업체 1480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로, 완성차 5개사 평균(9.1%)의 3분의 1에 그쳤다.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소규모 업체까지 포함하면 부품 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의 ‘연구·개발(R&D) 투자 스코어보드’에 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50개)과 자동차 부품 기업(104개)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7.61%, 7.53%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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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품 시장이 쪼그라들면 미래차 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어렵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에서 국내 부품사 중 92.9%는 미래차 대응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부족(26.7%), 정보 부족(23.1%), 기술 부족(21.6%) 등을 이유로 꼽았다. 김호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있는 만큼 인력 육성과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10곳 중 9곳은 전기차 전환 등 미래차 대응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에서 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전문 정비 요원이 내연기관 차량을 정비하는 모습. 뉴스1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10곳 중 9곳은 전기차 전환 등 미래차 대응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에서 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전문 정비 요원이 내연기관 차량을 정비하는 모습. 뉴스1

공급망 경쟁력 측면에서도 부품산업은 중요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내외에서 내연기관차와 전동화 차량이 동시에 생산되어야 하는데 국내 부품사들이 도산하면 산업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다”며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