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7 죽고 ‘배트맨’이 왔다…AI, 올해 주목할 ETF 20개

국내 상장된 주요 20개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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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산업은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하드웨어(반도체·인프라) 산업은 굳건하지만, 이제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산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여기에 중국 기업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 AI 모델을 선보이면서, AI산업 대중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나오지만 확실한 건 올해도 글로벌 증시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이 될 거라는 점이다. 개인투자자가 AI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다. 문제는 비슷해 보이는 상품이 너무 많다는 것. 머니랩이 국내에 상장된 주요 AI ETF 20개를 뽑아 유형별로 분석하고, 운용 전략을 비교해 봤다.
그래픽=주이안

그래픽=주이안

◆‘배트맨’이 온다…AI 빅테크형 ETF=먼저 살펴볼 AI ETF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는 유형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1,2위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테크TOP10’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AI빅테크10’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ETF 모두 10개 테크 기업을 담고 있는데, 특히 ‘BATMMAAN(배트맨)’이라 불리는 8개 빅테크를 90% 이상 비율로 담고, 나머지 2개 종목을 낮은 비율로 채우는 전략을 택했다.

BATMMAAN이란 용어는 브로드컴·알파벳(구글)·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애플·아마존·엔비디아 등 8개 기업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이전까지 미국 최대 빅테크 7곳을 일컫던 ‘매그니피센트7(M7)’에 브로드컴을 추가했다.

두 ETF는 중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는 구성 종목의 차이에 달렸다. TIGER ETF는 시총 순위대로 편입 비중을 정하는 경향이 큰 반면, KODEX ETF는 자체적으로 매긴 AI와의 관련성 점수를 반영한다. 시총 순위 흐름을 따라가려면 TIGER 상품을, 엔비디아나 브로드컴 등 AI반도체 기업 비중을 더 높이고 싶다면 KODEX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안정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배트맨 8종목은 AI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의 핵심 기업일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의 AI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주”라고 설명했다.

◆연 15% 배당 수익…커버드콜 월배당형 ETF=지난해 국내 ETF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상품 유형 중 하나는 ‘커버드콜 ETF’였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커버드콜 ETF만 36종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커버드콜 ETF에 열광한 건 많게는 매달 1% 이상, 연간 15%에 달하는 분배금(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코스피나 나스닥100 같은 대표지수는 물론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커버드콜 전략을 씌운 ETF까지 출시됐다. AI ETF도 고배당, 월배당을 내세운 커버드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 AI 커버드콜 ETF는 ‘KODEX 미국AI테크TOP10타겟커버드콜’ ‘TIGER 미국AI빅테크10타겟데일리커버드콜’ ‘RISE 미국AI밸류체인데일리고정커버드콜’ 등이다.

M7+브로드컴 ‘배트맨’…대부분 유형서 큰 비중 

이 중 KODEX와 TIGER 상품은 위에서 살펴본 빅테크형 ETF에 커버드콜 전략을 입힌 상품이라 구성 종목 비중은 BATMMAAN이 90% 이상이다. KB자산운용의 ‘RISE(라이즈)’ 상품의 경우, AI 분야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인프라의 3개 부문마다 5개씩 총 15개 종목을 선정해 편입한다. 애플이나 아마존, 테슬라가 없는 대신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 전력 인프라 기업인 버티브홀딩스 등이 들어 있다.


일반 ETF에 비해 주가 상승이 제한적인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는 이유는 매달 나오는 분배금 때문이다. 이들 3개 상품 모두 출시 이후 현재까지 평균 월배당률을 보면 1.25~1.60%를 지급했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본부장은 “커버드콜 상품은 AI 성장주에 투자하면서도 월 1.25%, 연간 15% 정도의 현금 흐름을 얻고 싶은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빅테크에 집중 투자하면서 배당까지 받고 싶다면 KODEX나 TIGER 상품을, 소프트웨어 등 이외 종목으로 분산 투자하면서 배당을 받으려 한다면 RISE 상품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연 15%’ 월배당형 ETF…‘AI 특화’ 반도체 상품도

◆AI ‘특화’ 반도체에 투자…AI반도체형 ETF=AI반도체 ETF의 특징은 포트폴리오에서 기존 레거시(범용) 반도체 종목을 퇴출하거나 축소시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TIGER 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ETF는 필라델피아AI반도체지수(ASOX)를 추종하는 상품인데, 기존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에 포함돼 있던 인텔 등 범용 반도체 기업 다수를 퇴출하고 엔비디아·브로드컴·TSMC 등의 편입 비중은 크게 늘렸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나 신한자산운용의 AI반도체 ETF도 엔비디아의 비중이 특히 높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TSMC의 비중을 높이고 싶다면 ‘AI반도체 ETF’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전력 먹고 자라는 AI…전력인프라형 ETF=미국 빅테크들은 AI를 가동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구글 검색 한 번에 사용하는 전력은 0.3Wh(와트시)지만, 생성AI인 챗GPT는 무려 10배인 2.9Wh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기를 만들고 실어나르는 전력 인프라·유틸리티가 AI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배경이다. 국내에 상장된 대표적인 AI 전력인프라 ETF는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SOL 미국AI전력인프라’ ‘TIGER 글로벌AI인프라액티브’ 등 3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공격 투자하는 액티브형…전력인프라 ETF도 관심 

이들의 공통점은 전력 생산부터 데이터센터까지 과정마다 주요 기업을 모두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생산 단계에선 최대 원자력 발전 기업인 컨스텔레이션에너지, 천연가스 발전 기업인 비스트라에너지, 가스 및 풍력발전 터빈 장비를 만드는 GE버노바가 있다. 송·배전 단계에선 이튼코퍼레이션 등이 있고,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구축 1인자인 아리스타네트웍스,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기 위한 냉각 기업인 버티브홀딩스 등도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차이점은 구성 종목의 집중 정도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인 KODEX와 SOL 상품을 비교해 보면, KODEX는 10개 종목만 담고 있기 때문에 대형주 위주이고, 종목당 편입 비중도 큰 편이다. 반면 SOL 상품은 20개 종목을 담고 있어 비중이 분산돼 있고, 특히 원전 관련 주식을 많이 담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일한 액티브 ETF인 TIGER 상품의 경우 구성 종목이 24개라서 더 분산 투자 형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더 공격적으로 고수익?…액티브형 ETF =국내에 상장된 액티브 AI ETF로는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TIGER 글로벌AI액티브’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 ‘RISE 미국AI테크액티브’ 등이 있다.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 이상의 수익을 얻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이후 반도체주 주가가 전반적으로 주춤하자 당시 AI 액티브 ETF들은 AI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대신 팔란티어테크·테슬라·아이온큐 등 상승세를 탄 주식의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높였다. 결국 액티브 ETF는 그동안 어떻게 수익률 관리를 해왔는지 성과를 보고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액티브 ETF는 운용역의 역량에 따라 오히려 패시브 ETF보다 저조한 성적을 낼 수 있고, 운용 보수도 패시브 상품보다 대체로 비싸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