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번 주 11·13일 7·8차 변론을 마치면 두 달간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접어들게 된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총 17차 변론을 끝으로 심리를 마무리하고 약 2주간 재판관 평의를 거쳐 선고한 전례가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헌정사 처음으로 지난 6일까지 6차례 변론에 직접 출석해 스스로 변론하는 기록도 남겼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절차 위헌·위법성을 포함한 5개 헌재 탄핵 쟁점 가운데 핵심인 국회·선관위 군 병력 투입 지시는 인정하면서도 국회 무력화를 위한 게 아니라 각각 “질서 유지용” “선관위 시스템 점검 차원”이라고 적극 항변했다. 형법상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을 위한 폭동’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이다. 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가 심리하는 본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1심 방어 전략과 일치할 것으로 법조계에선 해석하고 있다. 헌재가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관련해 증거로 채택한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이른바 ‘최상목 쪽지’, 여야정치인 체포 지시 명단이 기재된 ‘홍장원 메모’에 대해 각각 “계엄 해제 한참 뒤 기사로 봤다” “정치공작”이라며 관련성을 전면 부인한 게 대표적이다.
여인형 “체포·검거 표현 안 써”…방첩사 수사단장 “‘잡아서 이송하라’ 지시”
여인형 전 사령관도 “제가 체포·검거 명단이란 말을 사용한 바 없다”고 했다. 반면에 노영훈 방첩사 수사실장은 검찰에서 “비상계엄 당일 여 사령관 지시로 정치인 구금시설로 수방사 B1 벙커를 직접 확인하러 갔다”며 “B1 벙커가 구금시설로 적당하지 않아 플랜B로 수방사 군사경찰대대가 운영하는 미결수용소를 준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도 지난 6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사령관으로부터 ‘잡아서 수방사로 이송시켜라’란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경진 기자
11일 이상민 증인신문… ‘계엄 선포 과정’ 집중 질의할 듯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는 ‘참석자, 시작 및 종료 시각’ 기록만 있고 회의록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튿날 오전 4시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록만 존재한다. 두 기록 모두 증거로 채택된 상태다. 다만 당시 참석한 국무위원 11명에 대한 증인신문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고, 그 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에 대해 오는 11일 7차 변론의 증인신문에서 계엄 선포 절차에 관한 질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경진 기자
‘국회 및 정당의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등 헌법이 정한 각종 자유를 제한하는 문구를 담은 ‘포고령 1호’의 작성 과정도 헌재에서 가장 주요하게 들여다보는 부분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를 기해 발효된 이 포고령에 대해 윤 대통령은 “김용현 장관이 과거 계엄포고령을 토대로 초안을 작성해온 걸 내가 ‘통행금지’만 삭제하고 조금 수정만 했을 뿐”이라며 위헌적 문구를 자신이 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김 전 장관 역시 지난달 23일 증인신문에서 “포고령 1호는 내가 썼다”며 “반국가세력과 결탁해 체제 전복을 노린 과거 사례가 있어 정치활동을 일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며 책임을 떠안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포고령에 대해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당시 문서의 작성 경위를 상세히 살펴야 하는데, 김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포고령 작성에 썼던 노트북은 부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포고령 작성 경위를 포렌식 등으로 재구성해 입증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김경진 기자
‘국회 병력 투입·정치인 체포 지시’ 비화폰 내역 미지수
국회 본청 무력 봉쇄 및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등을 규명하려면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로 지시한 비화폰의 통화내역 확인 등이 필수적이다. 다만 대통령경호처가 통화내역 등이 보관된 비화폰 서버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을 수차례 막고 있어 헌재 탄핵심판 기간 내에 서버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 경우 헌재로선 국회 당시 회의록과 국회·선관위 CCTV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결론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과 군대를 보낸 것 자체도 헌법을 중대하게 위배하는 사안으로 탄핵 사유다. 당시 계엄 선포 전부터 병력이 과천 선관위 청사에 도착하는 모습, 선관위 직원들의 핸드폰을 영장 없이 뺏는 모습 및 선관위 서버실을 촬영하는 모습 등이 찍힌 CCTV 영상은 모두 증거로 채택된 상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처음 헌재에 출석한 지난달 21일 “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보냈다”고 스스로 밝히면서도 “선거 시스템 점검 필요가 있어 보낸 것 뿐, 실제로 압수·체포한 일도 없다”고 항변했다. 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여 사령관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대부분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여 사령관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 등 수사기록이 증거로 채택된 상태다.

김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