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美 '스타게이트' 대항마 띄운다…AI에 163조원 투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분야에 1090억 유로(약 163조원) 규모의 대규모 민간투자 유치를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최대 500억 유로(약 75조원) 자금 조달과 캐나다 투자회사 브룩필드의 200억 유로(약 30조원) 투자 등이 포함된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TF1과의 인터뷰에서 “AI에 향후 몇 년 동안 1090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10~11일 파리에서 열리는 '제3차 AI 국제 정상회의'에 앞서서 발표된 내용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이는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상응하는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챗GPT 제작사인 오픈AI, 일본 투자기업 소프트뱅크, 미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 등이 참여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가동해 향후 4년간 AI 프로젝트에 5000억 달러(약 729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밝힌 투자금은 대부분 AI 운영에 필수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에 투입된다. 이날 르몽드는 “이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UAE의 AI 펀드인 ‘MGX’가 개발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지난 6일 파리에서 업무만찬을 한 뒤 프랑스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AI 전용 캠퍼스를 설립하는데 합의했다.

브룩필드의 투자금도 대부분 프랑스 북부 캉브레에 건설될 메가 데이터센터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파리에 사무소를 개설한 브룩필드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인프라, 재생에너지, 반도체 제조분야 등에 1500억 유로(약 22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왼쪽)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열린 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왼쪽)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열린 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방송에서“이번 일로 프랑스는 주요 AI 업체들과 함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는 가속화하고 있고 우리는 (투자)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미·중이 주도하는 AI 패권 경쟁에서 유럽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프랑스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스타트업들은 불충분한 자금과 AI 연산 처리능력에 대한 접근성 부족, 규제 적용 방법에 대한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힘든 싸움에 직면하면서 미·중 스타트업에 오랫동안 뒤처져 왔다”고 짚었다. 유럽에선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이 유일하게 독자적인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해 유럽판 ‘오픈AI’로 불리는 실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원자력 덕분에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탈석유화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며 “프랑스의 데이터센터는 석유와 가스를 사용하는 미국과는 다르다. 그리고 프랑스는 전기 수출국이기 때문에 (대규모 전력 사용이) 가계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AI 인프라에 최소 5000억 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워싱턴DC 백악관 내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회견에는 트럼프 대통령(왼쪽부터)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AI 인프라에 최소 5000억 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워싱턴DC 백악관 내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회견에는 트럼프 대통령(왼쪽부터)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9일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모델로 만든 AI 패러디 영상을 편집해 공개하는 등 이번 AI 정상회의의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올린 1분짜리 동영상에는 네티즌들이 그를 과거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나 맥가이버, 디제이, 가수, 헤어 인플루언서 등으로 편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 끝에 등장한 마크롱 대통령은 “꽤 잘 만들었다. 정말 웃겼다”고 반응하며 “하지만 더 진지하게, 우리는 AI를 통해 의료, 에너지, 사회를 변화시키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는 18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10일 개막한 이번 AI 정상회의는 급속한 AI 발전에 대응해 '인간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행사의 취지다. 개막을 선언한 앤 부베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사무총장은 "AI는 큰 희망을, 때로는 과장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동의 책임을 지고 기술 발전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 첫날엔 AI와 일자리, AI와 창작, 개인정보 보호 방안, 포용적 거버넌스 구현,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성장, 공익을 위한 방향성 등을 주제로 종일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의료 분야나 직장, 아동 발달 과정 등에 AI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소개하는 아틀리에 세션도 별도로 마련됐다. 이후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서 행사에 참석한 주요 귀빈을 초청한 업무 만찬이 진행된다.

회의엔 마크롱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공동 주최국 정상으로 참여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장궈칭 중국 부총리 등도 참석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든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창업자인 량원펑도 초청을 받았으나 참석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번 회의 참석에 앞서 지난 8일 르몽드 기고를 통해 “AI 규제법 시행을 위해 노력하는 유럽 규제 당국은 남들이 전진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결정이 미래 기회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EU가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AI 규제법안을 승인해 2026년 8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을 두고 유럽이 지나치게 규제 중심으로 간다면 AI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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