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조태열 방미…독일서 한·미 외교장관 처음 만날 듯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오는 14~1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리는 다자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처음 대면할 전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 장관은 당초 워싱턴을 조기에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는 계속 늦춰지는 분위기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종호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김종호 기자

10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장관은 연례 국제안보포럼인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하며 이를 계기로 루비오 장관과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선 이번 MSC에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하는데 루비오 장관도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상이 이번 MSC에 참석한다면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일 일본 교도통신은 한·미·일 외교장관회의가 이달 중순 MSC를 계기로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양자 방문에 의한 회담보다 밀도가 낮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당초 조 장관은 이번 MSC 참석에 앞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루비오 장관과 첫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데 따른 것이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달 23일 조 장관과 통화에서 그를 미국으로 초청했고 조속한 만남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신임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통화했다. 외교부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신임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통화했다. 외교부

그러나 루비오 장관의 일정상 실제 회담은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루비오 장관은 그간 중남미 순방, 미·일 정상회담 일정 등을 소화했으며 이번 주에도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인도, 미·요르단 정상회담 수행으로 분주하다.


정상급 소통도 기약이 없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당분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더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못 했다. 정부가 통화 성사를 위해 전방위로 미국 측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좀처럼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트럼프와 취임 9일 만에 통화했던 전례와 비교해도 소통이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달 중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신 실장과 왈츠 보좌관이 통화에서 "보다 심도 있고 폭넓은 협의를 위해 가급적 가까운 시일 내에 워싱턴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전했다. 한·미 간 국가안보회의(NSC) 라인이 재가동된다면 한반도 문제와 동맹 현안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다만 고위급 소통이 이뤄지더라도 탄핵 정국으로 인해 본질적인 협의에는 한계가 있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