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루탈리스트'(12일 개봉)는 2차 대전 당시 미국 망명한 유대계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왼쪽)가 전쟁 상흔에 영감 받아 혁신적인 건축물을 창조해내는 30년 여정을 그렸다.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d9729ee6-cb96-43d7-b1e6-e9dc3a5df182.jpg)
영화 '브루탈리스트'(12일 개봉)는 2차 대전 당시 미국 망명한 유대계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왼쪽)가 전쟁 상흔에 영감 받아 혁신적인 건축물을 창조해내는 30년 여정을 그렸다.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적 교향곡…AI 튜닝은 거들 뿐" 옹호도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지난달 5일(현지 시간) 미국 비버리힐스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브루탈리스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머니가 헝가리계 유대인인 그는 "영화 속 캐릭터의 여정은 제 어머니와 조상들이 전쟁의 공포를 피해 이 위대한 나라(미국)로 온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며 "제가 이 나라로 이주하면서 고군분투한 수많은 사람들을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북돋아 주고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AF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562f907d-7a23-4cc3-9e90-33ed8aa3b59e.jpg)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지난달 5일(현지 시간) 미국 비버리힐스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브루탈리스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머니가 헝가리계 유대인인 그는 "영화 속 캐릭터의 여정은 제 어머니와 조상들이 전쟁의 공포를 피해 이 위대한 나라(미국)로 온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며 "제가 이 나라로 이주하면서 고군분투한 수많은 사람들을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북돋아 주고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AFP=연합뉴스
그런데 영화를 본 이들 사이에선 “AI 사용이 그렇게나 대수냐”(워싱턴포스트‧CNN)는 반문도 나온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란 명제를 충실하게 입증해낸 이 “거대한 교향곡 같은 작품”(할리우드리포터)에서, 원어민 발음에 충실하기 위한 ‘AI 튜닝(조율)’은 빙산의 일각이란 옹호다.
영화는 나치가 폐쇄한 독일 예술학교 바우하우스 출신의 건축가 라즐로가 난민으로 전락한 뒤, 구원자처럼 다가온 미국 자본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짓빏히는 세월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해리슨의 의뢰로 짓게 되는 초대형 문화 센터의 건축 과정과 함께 굴곡진 삶을 쌓아 나간다.
정교한 일대기에 실화 아냐? 7년 쏟은 70㎜ 필름 걸작
허구의 이야기지만, 마치 실존 건축가의 일대기처럼 생생하다. 2015년 베니스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더 차일드후드 오브 어 리더’)과 함께 주목 받은 브래디 코베(37) 감독이 작가인 아내 모나 파스트볼과 공동 각본까지 겸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에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애드리언 브로디)는 낯선 미국땅에 도착한 뒤 부랑자 쉼터에서 술과 약물로 버티며 일용직 노무자로 살아간다. 부유한 미국 사업가 해리슨을 만나며 삶이 급격히 변화한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e939d2b6-37b5-495f-9210-5c314b885fc2.jpg)
영화 '브루탈리스트'에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애드리언 브로디)는 낯선 미국땅에 도착한 뒤 부랑자 쉼터에서 술과 약물로 버티며 일용직 노무자로 살아간다. 부유한 미국 사업가 해리슨을 만나며 삶이 급격히 변화한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트럼프 1기 정권 반이민, 브루탈리즘 혐오에 영감받아
![영화 '브루탈리스트'(12일 개봉)에서 가이 피어스가 연기한 자산가 해리슨은 "록펠러(자본가)와 살리에리(모짜르트를 질투한 음악가)의 중간쯤 되는" 인물. 기념비적 건축으로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그의 욕망을 브래디 코베 감독은 "트럼프, 히틀러와 닮은꼴"에 빗댔다. 유니버셜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92e4b701-ef62-4d22-a16e-23835a381c96.jpg)
영화 '브루탈리스트'(12일 개봉)에서 가이 피어스가 연기한 자산가 해리슨은 "록펠러(자본가)와 살리에리(모짜르트를 질투한 음악가)의 중간쯤 되는" 인물. 기념비적 건축으로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그의 욕망을 브래디 코베 감독은 "트럼프, 히틀러와 닮은꼴"에 빗댔다. 유니버셜 픽쳐스
전후 유럽 재건 과정에서 등장한 브루탈리즘은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 몸체와 장식보다 기능에 초점 맞춘 투박한 건물구조가 특징. 군수 물자 자재로 개발됐던 콘크리트‧철강을 생존을 위한 건축에 적용시킨 것으로, 흉측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코베 감독은 브루탈리즘을 향한 엇갈린 당시 시선을 전후 유럽 이민자들을 둘러싼 미국 사회 초상에 빗댔다.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950년대 브루탈리즘 건축물이 세워졌을 때 많은 사람이 즉시 철거하길 원했다”면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움받기 쉬운 브루탈리즘 건축물이 이민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감독 "트럼프, 히틀러 건축관 닮았죠"
![영화 '브루탈리스트'(12일 개봉)에서 해리슨은 라즐로에게 거대하고 웅장한 종교적 문화 센터를 의뢰한다. 라즐로는 노출 콘크리트와 좁은 방들, 하늘이 내다보이는 높은 천장을 갖춘 설계에 자신의 전쟁 중 생존 경험과 함께 삶의 희망을 투영해낸다.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15b3724a-35cc-4dab-bd33-5e7e5afc49ae.jpg)
영화 '브루탈리스트'(12일 개봉)에서 해리슨은 라즐로에게 거대하고 웅장한 종교적 문화 센터를 의뢰한다. 라즐로는 노출 콘크리트와 좁은 방들, 하늘이 내다보이는 높은 천장을 갖춘 설계에 자신의 전쟁 중 생존 경험과 함께 삶의 희망을 투영해낸다. 사진 유니버셜 픽쳐스
배우 가이 피어스가 “록펠러와 살리에리 중간쯤”(롤링스톤 인터뷰 중)이라 묘사한 해리슨 캐릭터가 그런 권력자의 반영. 해리슨은 라즐로의 예술성을 알아보고 자신의 제국을 짓게 하지만, 동시에 그의 재능을 시기하고 소유하려 든다. 최고급 대리석을 구하러 단둘이 이탈리아로 떠난 어느 날, 해리슨은 라즐로에게 추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예술가의 자존심을 굽힐 줄 모르는 라즐로를 모욕하고 폭력으로 굴복시킨다.
천장서 빛이 그린 십자가…포화 속 살아남은 예술혼
![영화 '브루탈리스트'에서, 라즐로의 투박한 브루탈리즘 건축은 십자가 형상을 직접 빚는 대신 십자가 모양 빈 공간을 하늘과 빛으로 채워낸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0/45c3ff13-4b2a-4154-9756-7dc993e08ea1.jpg)
영화 '브루탈리스트'에서, 라즐로의 투박한 브루탈리즘 건축은 십자가 형상을 직접 빚는 대신 십자가 모양 빈 공간을 하늘과 빛으로 채워낸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이런 주제를 유려하게 담아낸 영화 속 건축물도 큰 볼거리다. 영화 ‘캐롤’(2015)에서 20세기 중반 뉴욕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던 미술감독 베커가 아름다운 공간미학을 그려냈다. 매일 정오 햇살이 천장에서 십자가 형태의 빛으로 들이 치는 극 중 문화센터 예배당이 대표적이다. 베커가 자신이 살던 뉴욕 유대교 회당인 시너고그가 다윗의 별을 꼭대기에 달고 있던 것에 착안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