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분 과반 넘으면 안돼”…일본제철 'US스틸' 인수 궤도 수정 나서나

일본을 대표하는 철강 회사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수 불허’에서 ‘거액 투자’로 급선회하면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며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을 인수하려던 일본제철의 계획도 수정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관람을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에 대해 “과반 출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투자하더라도 일본제철이 US스틸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져갈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일본제철은 지난 2023년 12월 141억 달러(약 20조5000억원)를 들여 지분 전체를 인수해 세계 3위 규모로 몸집을 불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 초 조 바이든 정권이 인수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불발될 것으로 보이자, 미국 철강회사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는 경쟁사인 뉴코어와 손잡고 US스틸 인수를 검토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내에서 가진 짧은 질의응답을 통해 US스틸에 대해 “과거에는 가장 위대한 기업 중 하나였지만 나쁜 정부와 나쁜 경영진에 의해 많은 것을 잃었다”면서 “앞으로 부활할 것이다. 관세가 도움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자신의 계획에 따라,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US스틸도 회생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닛케이는 “일본제철이 계획 수정을 강요받을 공산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인수가 아닌 투자로 US스틸 문제가 양국 정상 간에 합의된 데다 클리블랜드와 같은 인수 경쟁사까지 존재해 인수전에 대한 궤도 수정을 하게 됐다는 의미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일본제철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대담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본사를 두고 있는 US스틸. 124년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철강왕으로 불리는 앤드루 카네기와 존 피어몬트 모건이 설립했다.AF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본사를 두고 있는 US스틸. 124년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철강왕으로 불리는 앤드루 카네기와 존 피어몬트 모건이 설립했다.AFP=연합뉴스

US스틸 인수건이 ‘투자’라는 방향으로 급전환한 데엔 이시바 총리가 있다. 이시바 총리는 귀국 직후인 지난 9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US스틸 해결안이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US스틸이 미국 기업으로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어디까지가 매수고 어디까지가 투자라는 법률론적인 여러 마무리는 지금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 시일 내에 일본제철의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말도 보탰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도 설명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활의 ‘상징’이 ‘철’이라고 언급했다면서다. 미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1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US스틸의 주인이 바뀌는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을 겨냥했다는 의미다. 이시바 총리는 회담에서 일본의 투자로 철의 품질이 향상되는 이점이 있다고 미국 측에 설명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신적 의미, 실리 면의 이중 중요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울린 것 아닌가”라고 이번 회담 성과를 자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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