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건설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경제성장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투자액은 298조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투자는 GDP의 약 15%를 차지한다. 앞서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건설투자가 2분기 성장률을 0.3%포인트,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0.5%포인트씩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건축과 토목 등 모든 건설기성(시공 실적)이 안 좋았다. 특히 건축 투자는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곤 2~4분기 내내 감소했다. 4분기엔 주거용 건축 실적이 전년 대비 12.3%, 비주거용은 10% 줄었다.
건설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1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7.2%(15만7000명) 줄었다. 2021년 2월(197만9000명) 이후 최저치다. 연간 기준으론 지난해 206만5000명으로 2년 전(212만3000명)보다 6만 명가량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는 641건으로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서부내륙고속도로. 중앙포토
문제는 건설 경기가 아직 침체의 골짜기 끝에 다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2023년 짧은 호황기를 거친 후 지난해 상반기 후퇴기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침체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상황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언제가 바닥(저점)일까. 건축 착공의 경우 지난해 1분기부터 줄기 시작했는데 착공 실적이 바닥을 치는 데까지는 통상 7분기 정도가 걸린다. 다시 말해 올해 3분기 전후를 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국 불안 해소와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국내 건설투자 회복 시기가 늦어질 경우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는 주택 수요 진작을 위한 정책과 하반기 건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등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엄근용 건산연 연구위원 역시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경제성장률 전망 둔화 등으로 민간의 건설 투자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공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