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현금만 받아" 2030 등친 스드메·영유·산후조리원...국세청 칼 뺀다

불공정한 계약으로 신혼부부의 원성을 샀던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선다. 산후조리원과 영어유치원도 대상에 포함됐다. 2030세대의 결혼∙출산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들 업체가 매출 누락, 사업장 쪼개기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 판단이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세무조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세무조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국세청은 스드메 업체 24개, 산후조리원 12개, 영어유치원·학원 10개 등 46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업체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고, 2018~2023년 5년 동안의 소득 탈루 혐의 금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결혼과 출산의 문턱에서 젊은 세대를 힘들게 만든 사업자들이 높은 소득을 얻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납세 의무는 외면하고 있음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스튜디오 웨딩 촬영으로 유명한 A 업체는 촬영 후 수정본 구입비, 액자비, 추가 사진비 등을 현장에서 추가하면서 대표의 친인척 등 차명계좌로 현금을 이체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수법으로 매출을 누락한 대표는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주식 취득자금으로 유용했다. 이 업체는 유학 중인 자녀 명의로 제2 촬영장을 만들어 수입을 분산하기도 했는데, 자녀는 이 돈으로 아파트를 취득했다.  
웨딩드레스를 대여하는 B 업체의 수법도 유사했다. 드레스를 선택할 때 옷을 입어보는 ‘피팅비’는 현금으로만 받고, 대여 드레스의 브랜드에 따른 추가금도 할인을 내세워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원성이 많았던 산후조리원과 영어유치원도 조사 대상이다. 임신 초기에 예약하지 않으면 입실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 있는 C 산후조리원은 현금 할인가격을 내세워 대다수 산모가 현금 결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기본요금은 물론 마사지 등 부가서비스 요금도 현금으로만 받아 매출에서 누락했다. 그러면서 대표 명의의 건물을 임차해 시세보다 2배가량 많은 임대료를 지급했다. 이 돈은 대표 일가의 해외여행 비용 등으로 쓰였다.

영어유치원 중에서는 실체 없는 교재 판매 업체나 컨설팅 업체를 가족 명의로 세운 뒤 교재를 매입한 것처럼 가장해 세금을 줄인 사례가 있었다. 수강료 외의 교재비, 방과 후 학습비 등을 현금으로 받아 자녀의 해외 유학비로 쓴 원장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민 국장은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관행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대상자 본인뿐 아니라,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