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캐즘 여파에 실적 뒷걸음질…"올 상반기 개선 기대"

사진 에코프로

사진 에코프로

2차전지 소재 기업 에코프로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했다. 다만 올 상반기 신차 출시 효과와 헝가리 공장 준공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영업손실 3145억 원을 잠정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고 11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57.2% 감소한 3조1103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은 1213억 원, 매출액은 6313억 원을 기록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자회사별로도 부진했다. 전기차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영업손실 40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고, 매출액은 전년대비 59.9% 줄어든 2조7668억3800만 원을 기록했다. 친환경 산업을 맡고 있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은 같은 기간 매출액이 2.4% 늘어난 2345억원을 보였으나, 영업이익은 242억원으로 42% 감소했다.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적자 전환했다. 

실적 악화는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2차전지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탑재 배터리 합산 점유율은 전년 대비 4.7% 하락한 18.4%를 기록했다. 이들 3사는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광물 가격이 떨어지면서 재고자산 평가 손실이 확대한 영향도 있다. 실제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해 3분기 말 ㎏당 9.85달러에서 4분기 말 9.5달러로, 니켈 가격은 같은 기간 ㎏당 17.3달러에서 15.1달러로 내려갔다. 에코프로는 “비상장 자회사들의 연말 재고자산평가 충당금 826억 원을 인식한 영향으로 4분기 영업손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코프로는 올 상반기부턴 고객사의 재고 소진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헝가리 공장 준공을 계기로 유럽 내 신규 고객 확보에도 성과가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대표는 “올해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전기차 재고 소진 및 신차 출시 효과 등으로 판매물량 확대가 예상된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고정비 감소 및 원가 절감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성능 고도화 등 연구개발(R&D)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에코프로는 올해 ▶인도네시아 양극재 통합법인 프로젝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코프로씨엔지 합병 ▶R&D 아웃소싱 강화 등 3개 중점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에코프로 창업주이자 상임고문인 이동채 전 회장은 지난달 시무식을 통해 “지금은 길을 찾지 못하면 생사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며 “경영 전 부문에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