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 인터뷰
![지난 6일 서울 상암 중앙일보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 탄핵 이후 정국의 해법 등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전민규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2/882a51a3-7b5b-49b7-aa70-82331fc5ed7b.jpg)
지난 6일 서울 상암 중앙일보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 탄핵 이후 정국의 해법 등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전민규 기자
유승민(67) 전 의원 상황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원내대표로 대통령과 맞서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달라"며 유 전 의원을 콕 집어 비판했고, 이 발언 13일 만에 그는 새누리당(현 국힘) 원내대표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아직 '배신자 프레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계엄 전후 몇몇 여론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는 유 전 의원을 가장 유력한 여권 대선 후보로 꼽았다. 지난 10일 차기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리얼미터)에서도 김문수 장관(25.1%) 다음(11.1%)이었다. 하지만 국힘 지지층으로만 좁히면 초라하다. 지난 5일 '특집 썰전'(JTBC)에 함께 출연한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선) 본선 경쟁력은 있지만 (국힘이) 후보로 만들어줄 생각은 없는 거 같다"고 말한 이유다.
공무원연금 개혁 중 '배신자' 낙인
후회 없지만 박근혜 오해 풀고파
여야 모두 사당화·진영 논리 빠져
공수처·헌재 엉터리짓도 문제
지금 필요한 건 타협·설득의 정치
후회 없지만 박근혜 오해 풀고파
여야 모두 사당화·진영 논리 빠져
공수처·헌재 엉터리짓도 문제
지금 필요한 건 타협·설득의 정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그를 공개 비판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2/7d586787-6665-4c6e-8e17-a4c0dfeb0d7b.jpg)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그를 공개 비판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회고록 중 가장 걸리는 부분은.
오해가 크더라. 서로 기억이 다를 수 있어 가급적 자제했는데 "배신의 정치"로 지목당한 2015년 5월 국회법 개정안만큼은 짚고 싶다. 박근혜 정부 국정 과제였던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이나 문형표 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 정말 셀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그걸 다 물리치고, 마지막 순간 이거(국회법) 하나 받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야당이던 박 대통령도 주장하던 내용이었다. 조해진 부대표 통해 여야 합의사항을 바로 청와대에 전달했는데 밤늦게서야 반대 의사를 알려왔다고 들었다. 난 의원총회에 참석 중이라 청와대 전화를 못 받았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배신자 낙인만 남았는데.
후회는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정권 교체를 위해 가장 앞장선 사람이다. 여당 된 후엔 "우리가 이거밖에 못 하나" 싶어 잘하고 싶은 욕심에 정부 비판을 하다 보니 비주류 위치에 서게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 당일은 너무 긴박해 박 대통령 요구를 받을 순간도 없었지만, 만약 뒤집었다면 개혁안은 물 건너갔다. 박 대통령 보기에 100점짜리는 아니어도, 통과를 위해 약간의 양보는 불가피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이 가장 큰 업적으로 꼽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수했다. 지금 필요한 타협의 정치다.
![지난 2015년 5월 28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을 놓고 협상중인 여야 원내대표. 왼쪽이 유승민, 오른쪽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원내대표.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2/f6981ae9-2ea8-4806-aa1a-c6d7de28c4c8.jpg)
지난 2015년 5월 28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을 놓고 협상중인 여야 원내대표. 왼쪽이 유승민, 오른쪽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원내대표. [중앙포토]
-앞서 4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국회 연설도 문제가 됐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대놓고 자진 탈당을 요구하던 20대 총선(2016) 공천 과정에서 공관위원들이 그 연설을 '새누리당 정체성과 다르다'고 문제 삼았다. 당 정강 위배는커녕 오히려 일치한다고 항변했다. 앞서 2월 김무성 당 대표 역시 연설 때 언급하는 등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었다.
-당시 "공기업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은 문재인 정부 실패 사례가 됐는데.
문 정부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는 밖에 줄 서 있는 청년을 제치고 내부 비정규직을 공정한 경쟁 없이 정규직 전환을 해서 문제였다. 이런 방식은 곤란하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정규직 과보호는 줄이고 비정규직 여건은 개선하는 방향이 맞다. 다만 강경한 정규직 노조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사회안전망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정책 일관성을 중시하지만 내가 말을 바꾼 적도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내놓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호황기나 가능한데 무조건 하자는 식으로 잘못 전달했다. 이듬해 중기중앙회 행사에 가서 공식 사과했다.
![지난 2018년 4월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여야 정치인들. 유승민 대표(맨 오른쪽_은 이날 대선 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 사과했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2/9a882825-fdbe-4b50-ab36-2230eaf02bec.jpg)
지난 2018년 4월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여야 정치인들. 유승민 대표(맨 오른쪽_은 이날 대선 때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 사과했다. [중앙포토]
-생각이 바뀐 건가.
난 조금 바뀌었고, 당은 그대로다. 재밌는 얘기하나 할까. 2011년 전당대회 출마 때 당시 정경유착 등 한나라당(현 국힘)에 쓰인 부정적 이미지를 깨기 위해 청년의무 고용할당제 등 보수가 거부감 느낄법한 내용과 센 표현을 일부러 넣어 연설했다. 그땐 누구도 시비 걸지 않았다. 오히려 친박이 열심히 도왔다. 불과 4년 뒤 박 대통령이 나를 떨어뜨리려 국무회의를 오후로 미루면서 의원 겸직 장관 5명을 보냈는데도 내가 원내대표에 당선되니 그제야 문제 삼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누구 편인지가 유일한 지지의 선택 기준이다. 진짜로 정치 철학이나 정책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여야 모두 이런 비슷한 편 가르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제일 큰 건 공천이다. 공천에 목을 매니 당의 실질적 권력자에 줄 선다. 당이 특정인 중심으로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당화를 못 고치고 있다. 민주당은 친문(문재인)·친이(이재명) 타령, 우리도 친이(이명박)·친박(박근혜) 하다 친윤(윤석열)·친한(한동훈)까지 왔다. 공천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 후보 선출도 포함해서.
-단점만 서로 닮나. '로톡' 대응 등 규제 관련은 여야가 똑같다.
법률 플랫폼 로톡 규제는 정말 말이 안 된다. 자유시장 경제와 친기업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는 당시 질질 끌면서 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국힘이 판·검사 당이라서인지 로톡에 우호적 발언 하나 안 내놓았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여야 정치권 모두 법률시장 불합리에 눈 감고 아무것도 안 했다. 이런 게 카르텔이다. 국민 삶에 도움되는 개혁 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들이 거꾸로 민간 경쟁을 말살시키면서 이익집단의 지대 추구를 방관했다. 정치가 계속 이걸 덮으면 경제가 추락하고 나라가 망한다.
-방법이 뭘까.
정치의 갈등 조정 기능 복원이다. 기브 앤 테이크, 그게 정치다. 교육·노동·사법 등 개혁 방향을 알고 해법도 있는데 반발과 저항이 심해 표 때문에 손 못 대는 딜레마가 분명 있다. 좋은 처방과 함께 개혁 대상의 양보를 받아낼 보상을 줘야 한다. 여기에 민심의 지지까지 받으면 협상하기 쉽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국민 60~65%가 찬성하는 개혁안을 내놓으면 민주당이 무시 못 한다. 물론 "같이 욕먹자"고 야당 꼬시려면 평소 원했던 거 하나 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때 공무원연금 개혁이 그런 거다. 이렇게 사회가 정상화하면 지금 미·중처럼 국가가 혁신에 앞장서 민간을 돕는 기업가형 국가로 나가야 한다.
![지난해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2/532b9b71-ccb0-4473-ac9d-1f5156ba45f3.jpg)
지난해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그때보다 여야 갈등이 훨씬 심한데 될까.
여야의 극단적 대립 정치 탓에 대화가 어렵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윤석열·이재명 시대가 빨리 끝나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복원된다. 계엄에 따른 윤 대통령 구속 수사와 탄핵 심판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헌법재판소(헌재)가 엉터리 짓을 많이 했다. 이재명 재판은 지연됐다. 큰 문제다. 지금이라도 적법한 절차로 법치주의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양극단에 서서 혐오를 조장해온 윤석열·이재명 두 빌런을 동시에 정리해야 한다.
-최근 보수 결집은 본인에게 불리할 텐데.
불리하다. 다만 거기 깔린 이재명 포비아의 실체를 잘 봐야 한다. 기본소득 같은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에다 주한미군 철수 발언 등 친북·친중 행보를 한 그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위험하다고 불안해한다.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좌클릭 우왕좌왕하며 진정성에 의심을 받지만 우클릭 행보마다 먹힌다. 그 사람을 이길 사람이 제일 오른쪽 김문수겠냐, 아니면 중도 소구력 있는 나겠느냐. 보수 결집과 무관하게 중도층은 탄핵에 대한 생각이 안 바뀌었다. 강성 보수 후보로는 결과가 뻔하다. 이 논리로 대구·경북 포함 국힘 당원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우리 당원은 정권을 다시 잡겠다는 권력 의지가 강하다. 거기에 호소할 생각이다.
![2016년 20대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공천면접을 받기 위해 대기중인 모습.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2/3e291929-2034-4824-862c-4732f0b678fe.jpg)
2016년 20대 총선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공천면접을 받기 위해 대기중인 모습. [중앙포토]
![유승민 의원은 2016년 3월 23일 유승민 결국 탈당했다. 기자회견 후 사무실 나서는 모습.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2/bde9ca1c-f43b-44ad-a2f6-9cb3377839ef.jpg)
유승민 의원은 2016년 3월 23일 유승민 결국 탈당했다. 기자회견 후 사무실 나서는 모습. [뉴스1]
-포용력과 세력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성격 까칠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자기 정치하지 말라"는 말은 웃긴다. 일방적 충성은 조폭이나 하는 거다. 정치인은 전부 자기 정치 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 연속 총선에서 내 주변은 공천 학살 당했는데, 아직 옆에 동지가 남아있다. 이 상황에서 사람 못 품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안혜리 논설위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2/8961c161-6faf-4b76-bb30-08e76c5cebd5.jpg)
안혜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