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김민희 6번째 수상할까…봉준호 SF 가는 베를린영화제 관전 포인트3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SF 영화 '미키 17'. 13일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SF 영화 '미키 17'. 13일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의 복귀작 ‘미키 17’이 올해 베를린영화제 최대 화제작에 올랐다. 이를 비롯해 7편의 한국영화가 13일(이하 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올해 관전 포인트를 3가지로 정리했다.  

홍상수·김민희 '그 자연이…', 6번째 수상할까

먼저,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올해 공식 경쟁부문 유일한 한국영화로 초청됐다. 홍 감독은 이로써 ‘도망친 여자’(2020)부터 6년 연속 베를린 경쟁 진출했다. ‘그 자연이…’는 30대 시인이 3년 사귄 여자친구 부모님의 대저택에 처음 방문하며 겪는 하루 동안 이야기. 주인공이 안경을 쓰지 않았을 때의 시력을 반영해, 의도적으로 낮은 해상도로 촬영했다. 트리시아 투틀스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은 “이 영화를 이루는 형식의 언어와 그 리듬, 그 안에 담긴 통찰을 사랑하며 보았다”면서 “직관적이고, 많은 순간 신랄하게 익살스럽고 웃기기도 했다”고 제작사 전원사에 추천사를 전했다.  

홍상수 감독(왼쪽)이 2022년 '소설가의 영화'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뒤 배우 김민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홍상수 감독(왼쪽)이 2022년 '소설가의 영화'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뒤 배우 김민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하성국·권해효·조윤희·강소이·박미소 등 ‘홍상수 사단’ 배우들이 출연한다. 최근 임신설이 불거진 홍 감독의 연인이자 배우 김민희는 배우가 아닌 제작실장으로 참여했다. 

홍 감독은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1997년 포럼부문에 초청된 뒤 12편의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됐다.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김민희의 은곰상-여우주연상을 비롯해 ‘도망친 여자’(은곰상-감독상), ‘인트로덕션’(2021, 은곰상-각본상), ‘소설가의 영화’(2022, 은곰상-심사위원대상), 지난해 ‘여행자의 필요’(은곰상-심사위원대상)까지 5차례 수상했다. 올해 6번째 수상으로 ‘베를린이 사랑하는 감독’ 수식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그 자연이…’는 오는 20일 현지 최초 공개된다.  

칸·오스카 거장 봉준호 복귀작 '미키 17' 첫 반응은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영화 '미키17'(감독 봉준호)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했다.뉴스1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영화 '미키17'(감독 봉준호)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했다.뉴스1

이달 28일 국내 개봉하는 ‘미키 17’은 지난달 버라이어티‧할리우드리포터 등 미국 언론에 베를린 초청 소식이 도배됐을 만큼 글로벌한 기대작. ‘기생충’(2019)의 칸 황금종려상, 오스카 4관왕 이후 봉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여서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이 원작인 디스토피아적 SF로, 화려하고 대중적인 화제작을 소개하는 비경쟁 부문 스페셜 갈라에 초청됐다. 마동석의 ‘범죄도시4’가 지난해 이 부문에 한국영화 최초로 초청된 바 있다.


‘미키 17’은 ‘설국열차’(2013) ‘옥자’(2017)로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그렸던 봉 감독의 제작비 1억 1800만달러(버라이어티 보도) 대작 SF로, 극중 몸뚱이가 무한 재생산되는 극한직업의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1인 2역 연기도 기대 포인트. 최근 한국에 다녀간 패틴슨 외에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등 출연 배우들이 15일 공식 상영 등 베를린 일정을 마치고 한국 개봉에 맞춰 내주 방한할 예정이다. 봉 감독의 영화가 베를린 상영되는 건 2014년 ‘설국열차’(포럼 부문) 이후 11년 만이다.  

베를린 가는 킬러 이혜영, 알코올 중독자 된 한예리

올해 제75회 베를린영화제 초청된 한국영화 '파과'(왼쪽부터)와 '봄밤'. 사진 NEW, 시네마달

올해 제75회 베를린영화제 초청된 한국영화 '파과'(왼쪽부터)와 '봄밤'. 사진 NEW, 시네마달

이 밖에도 다채로운 한국 신작이 선보인다. 배우 이혜영이 젊은 남성 킬러(김성철)에 쫓기는 60대 킬러로 분한 민규동 감독 영화 ‘파과’는 16일 비경쟁 부문인 베를린 스페셜에서 베일을 벗는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이혜영은 ‘땡볕’(1985, 경쟁 부문) 이후 40년 만에 민 감독과 함께 현지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지난해 ‘파묘’가 상영된 포럼 부문에선 배우 한예리가 알코올 중독자와 류머티즘 환자의 애처로운 사랑을 연기한 ‘봄밤’(감독 강미자)이 초청됐다.  

젊은 감독들의 실험적 작품도 베를린을 찾는다. 리서치 기반의 미디어 전시작업을 병행해온 김무영 감독이 박정희 정권 시기 반공 예술을 되짚은 다큐멘터리 ‘폭력의 감각’이 포럼 부문 상영한다. 실험영화 부문인 포럼 익스팬디드에선 일제에 의해 동물원이 됐던 창경궁의 아픈 역사를 탐구한 이장욱 감독의 ‘창경’, 차재민 감독이 불교화 구상도에서 영감을 얻은 ‘광합성하는 죽음’이 진출했다.

베를린 경쟁은 왜 홍상수 감독만 부를까

다만, 최근 베를린영화제에선 이미 거장 반열에 오른 홍상수 감독 말곤 공식 경쟁에 초청된 한국 감독이 전무했다. 2000년대까진 임권택‧장선우‧박찬욱 등 신구 감독이 고루 수상해왔다. 그간 한국영화가 칸‧베니스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국제 감각을 키운 거장 감독들을 배출하며 세계적 위상을 높여왔다면, 최근엔 이런 신인 등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 받는다.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올해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유일한 한국영화로 초청됐다. 홍상수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 하성국, 권해효가 출연했다. 사진 전원사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올해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유일한 한국영화로 초청됐다. 홍상수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 하성국, 권해효가 출연했다. 사진 전원사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작품적 완성도 문제와 함께 영화제가 가진 시장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 같다”면서 “예전엔 영화사의 출품에 더해 영화진흥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이 해외에 적극적으로 한국작품을 소개하고 추천했는데 최근엔 이런 외교적 네트워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기생충’ 이후 칸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 외 영화제는 대중적‧상업적 관심에서 멀어진 것도 요인”이라 짚었다.  

세계 영화의 미학적 흐름 속에서 평가를 받는 차세대 작가주의 감독이 줄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산업적으로 침체한 한국영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성장하려면 영화제 같은 외부적 자극이 필요한데, 최근엔 한국 영상 콘텐트의 평가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의 상업적 성과로 집결되는 분위기”라면서 “이야기나 연출적 창의성을 가진 젊은 재능들이 영화보다 웹툰, 게임, OTT 시리즈를 선택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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