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만성적인 염증이 있는 상태인 간염은 간암의 씨앗이다. 국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간암은 뚜렷한 고위험군이 존재한다. 만성 B·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다. 만성적 간 염증을 일으키는 B·C형 간염 바이러스는 20여 년에 걸쳐 서서히 간세포를 손상하면서 간경변증·간암으로 진행한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유수종 교수는 “올해부터 완치가 가능한 C형 간염의 조기 발견·치료를 위해 C형 간염 항체 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도입됐다”며 "56세 되는 해에 생애 1번 지원된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로 대응이 중요해지는 바이러스 간염인 C형 간염에 대해 짚어봤다.
C형 간염은 40대 이후부터 감염 위험이 커진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형준(대한간학회 총무 이사) 교수는 “나이가 많을수록 혈액 접촉에 따른 잠재적 감염 기회가 많아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C형 간염의 80% 이상은 45세 이상이라는 보고도 있다. 대한간학회에서 발표한 2021 C형 간염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C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0.6% 수준이다. 특히 20대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률은 0.2% 정도지만, 50대 0.9%, 60대 1.2%, 70대 1.7%로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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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피어싱 등 침습적 습관으로 확산
C형 간염은 가벼운 키스나 악수, 재채기, 식사와 같은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수혈을 통한 C형 간염 위험도 역시 낮은 편이다. 한국은 1991년 이후부터 모든 헌혈 혈액에 대해 C형 간염 감염 등을 확인하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현재 수혈을 통해 C형 간염에 걸릴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관련 수치가 정상 수준이라도 C형 간염을 안심하기는 이르다. 간 기능을 살피는 AST·ALT 검사는 바이러스·세균 감염, 술 등 독성 물질, 중금속 과다 축적, 비정상적 면역 반응 등 다양한 요인으로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염증 수치가 높다고 알려주는 지표다. 이들 검사의 간 수치만으로는 간염 바이러스가 체내 침투했는지 알지 못한다. 또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도 간 섬유화로 간경변증이 악화하면 더는 파괴할 간세포가 없어 간염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않고 염증이 생기지 않아 간 수치가 장상 범위 이내일 수 있다. 유수종 교수는 “AST·ALT 검사에서 정상 수치로 나왔다고 해서 간이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C형 간염 항체 검사 등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애 단 한 번 국가검진으로 조기 발견
C형 간염은 나이가 들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국내에서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의 고령층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50세 이후엔 C형 간염으로 간경변증 위험이 커지고, 60세가 넘으면 간암 위험도가 크게 증가한다. 간이 손상된 상태에서도 C형 간염 치료는 가능하지만, 간암 등 간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가급적 무증상 C형 간염 단계에서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김인희 교수는 “C형 간염은 치료제로 완치가 가능해진 만큼 숨어있는 환자를 발견해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진료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1969년생이 C형 간염 항체 선별 검사 대상이다. C형 간염 항체 검사는 과거에 C형 간염에 걸렸다가 회복한 경우에도 양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C형 간염에 감염이 되더라도 20%가량은 자연적으로 완치되기도 한다. 정확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별도의 확진 검사(C형 간염 RNA 검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