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부산시 사하구 하나병원 고압산소치료센터 앞에서 만난 이모(51)씨의 말이다. 이씨는 이날 오전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친 부산시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간신히 탈출한 생존자다. 연기를 많이 마신 그는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4일 불이 난 부산 반얀트리 호텔 공사 현장에서 탈출한 현장 용접공 이모씨가 환자복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동료인 정모씨가 뒤에서 휠체어를 끌어주고 있다. 사진 안대훈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41613397-3074-4f24-ba8e-0b1f896cde86.jpg)
14일 불이 난 부산 반얀트리 호텔 공사 현장에서 탈출한 현장 용접공 이모씨가 환자복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동료인 정모씨가 뒤에서 휠체어를 끌어주고 있다. 사진 안대훈 기자
“바람 따라 연기가 10초 만에 퍼져…천하장사도 못 버텨”
이씨와 정씨는 곧장 여자사우나로 되돌아갔다. 그곳에서 작업 중이던 같은 팀 동료 4명에게 불이 난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정씨는 사우나 내부에 “불이야”라고 외치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대피 가능한 출입문으로 탈출했다. 정씨는 “연기가 바람을 따라 10초 만에 여자사우나도 뒤덮었다. 암흑천지였다”라며 “당황하니까 문(출입문)을 못 찾겠더라. 어둠 속에선 내부가 미로 같았다”고 했다. 이어 “천하장사도 못 버틸 연기였다”라고 당시를 묘사했다.
![14일 불이 난 부산 반얀트리 호텔 공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용접공 이모씨가 치료를 받은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인 하나병원의 고압산소 치료센터 모습. 사진 안대훈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63e57a94-1e27-4ae5-87d4-2cfac01ead3d.jpg)
14일 불이 난 부산 반얀트리 호텔 공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용접공 이모씨가 치료를 받은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인 하나병원의 고압산소 치료센터 모습. 사진 안대훈 기자
“행님 구하러 갔다 갇혀…돌로 유리 깨 구해줘”
이씨는 이 과정에서 알 수 없는 물체에 왼쪽 정강이를 세게 부딪혀 상처를 입었다. 그는 “(밖으로) 나오다가 발에 걸려 엎어지고 정신이 없었다”며 “평소 다니던 동선을 기억해 필사적으로 방화문을 찾았다. 간신히 방화문 쪽 계단으로 탈출했다”고 했다. 연기를 많이 마신 이씨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구토를 심하게 했다고 한다. 그는 “안에 있던 형님은 다행히 밖에 있던 사람들이 돌로 유리를 깨서 구해줬다고 들었다”고 했다.
![14일 불이 난 부산 반얀트리 호텔 공사 현장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불상의 물체에 부딪혀 상처가 생긴 용접공 이모씨의 왼쪽 정강이. 사진 안대훈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ce0dfea3-5fb9-4ea7-86af-4a7498f3255d.jpg)
14일 불이 난 부산 반얀트리 호텔 공사 현장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불상의 물체에 부딪혀 상처가 생긴 용접공 이모씨의 왼쪽 정강이. 사진 안대훈 기자
6명 숨지고 27명 다쳐…“백여 명이 공사 참여 중”
화재 당시 현장 주변에는 백여 명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었고, 사상자들은 건물 내부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화재 현장에 구조대원 4개 조를 투입해 건물 내부에 있던 인부들 가운데 15명을 옥상으로 대피시켜서 구조했다.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다. 뉴스1=독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f1e39ba3-6822-4468-8f63-0b5767a64620.jpg)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다. 뉴스1=독자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B동 1층 내부가 불에 검게 타 있다. 뉴스1=부산소방재난본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308fbe3d-cada-443a-9975-ade25c4cf064.jpg)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B동 1층 내부가 불에 검게 타 있다. 뉴스1=부산소방재난본부
홍문식 기장소방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검은 연기가 건물 내부에 꽉 차 있었고, 화염이 밖으로 치솟을 만큼 활활 타고 있었다”며 “사망자는 화재가 발생한 것과 같은 장소인 1층에서 발견됐고, 출입구에 가연물이 많아서 대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초 발화 지점에) 용접 기구는 있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인지는 아직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