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돌리고 비방전 난무…뜨거운 '은행주공 수주전' 내일 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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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기자 사진 이현 기자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는 요즘 ‘선거철’이다.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이번 주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주공 재건축은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30층 규모의 아파트 39개동, 총 3198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용적률 116%로 사업성이 높은 데다 공사비에 금융비용, 설계비, 이주비, 조합 운영비까지 더해 총 사업비가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재건축 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해 1, 2차 입찰에는 두산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으나, 3차 입찰에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하면서 수주 경쟁이 시작됐다.

과열된 수주전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앞 도로에 걸린 시공사 홍보 현수막. 이현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앞 도로에 걸린 시공사 홍보 현수막. 이현 기자

지난 13일, 선거를 사흘 앞둔 은행주공 아파트 입구 곳곳에는 ‘기호 1번 두산건설’과 ‘기호 2번 포스코이앤씨’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건축심의위원에게 확인한 포스코 특화설계, 포스코 선택 시 건축심의부터 다시! 무기한 지연!”(두산건설), “포스코이앤씨 선택 시 세대 당 분담금 2.8억원 절감!”(포스코이앤씨) 등 상대측 비방용 문구도 등장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입구. 이현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입구. 이현 기자

두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수주에 열을 올리며 홍보전은 과열됐다. 정비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치열하게 맞붙었던 한남4구역 수주전을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두산건설은 홍보 요원들이 과거 두산그룹의 홍보문구를 활용한 것에 대해 조합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2021년 사모펀드에 매각돼 더이상 두산그룹의 계열사가 아닌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홍보라는 지적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가래떡 선물’도 문제가 됐다. 지난 6일 아파트 게시판에는 “성남시청으로부터 시공사에게 간식 등의 물품을 요구하는 단체가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었으니 지도·관리를 요한다는 공문을 수령했다. 절대 이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유의하시기 바란다”는 입주자대표회 안내문이 붙었다.


양사 대표들도 홍보에 동참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4일과 6일 각각 은행주공을 방문해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은행주공아파트 게시판에 붇은 '시공사 이익제공 금지' 안내문. 이현 기자

은행주공아파트 게시판에 붇은 '시공사 이익제공 금지' 안내문. 이현 기자

두산 "평당 공사비 635만원" vs. 포스코 "브랜드 인지도"

두산건설은 공사비 3.3㎡당 635만원를 제안했다. 계약일로부터 2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실 착공 이후 공사비를 고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기간은 51개월로 사업시행인가 변경 없이 사업을 추진해 상대적으로 짧게 마친다는 계획이다. 새 아파트 단지명에는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더 제니스(The Zenith)'를 적용한다.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공사비는 3.3㎡당 698만원으로 두산건설 제안보다 조금 높다. 그러나 조합 사업비의 한도를 8900억원으로 설정하고, 이 중 2400억원은 무이자로 조달해 분담금을 줄이겠다고 제안했다. 또 단지의 단차 부분을 완만한 경사로인 ‘그랜드 슬로프’로 구현하는 특화설계를 내놓았다. 단지명은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가 아닌 ‘더샵 마스터뷰’로 계획 중이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는 강점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아파트 외벽에 '축 재건축'이라고 적혀있다. 이현 기자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아파트 외벽에 '축 재건축'이라고 적혀있다. 이현 기자

조합은 16일 오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를 연다. 16일 총회 참석이 어려운 조합원들은 지난 7일~8일 이틀간 부재자 투표를 마쳤다. 조합 관계자는 “150~200명 정도 조합원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부재자 투표 용지는 별도 금고에 보관 중이다.

은행주공은 2018년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공사비에 대한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시공사는 공사비를 3.3㎡당 445만원에서 672만원으로 인상하고 공사 기간을 46개월에서 53개월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