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휩쓴 옛 영화들
![최근 재개봉해 상영 중인 영화들. 첫 개봉 때의 4배에 달하는 관객을 모은 판타지 영화 ‘더 폴’(2006). CG 없이 그림 같은 화면을 연출했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c9041d7c-dbcb-4239-b806-c9634770dc80.jpg)
최근 재개봉해 상영 중인 영화들. 첫 개봉 때의 4배에 달하는 관객을 모은 판타지 영화 ‘더 폴’(2006). CG 없이 그림 같은 화면을 연출했다.
지난 5일 재개봉한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와 지난 달 27일 재개봉한 ‘죽은 시인의 사회’(1989)도 20위권 내에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1일 재개봉한 ‘러브레터’(1995)는 20위 밖으로 밀려났지만, 7번째 재개봉(통합전산망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봉 기간 관객 수만 10만 명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젊은 관객은 대부분 ‘첫 개봉’ 인식
![첫 개봉 때의 4배에 달하는 관객을 모은 판타지 영화 ‘더 폴’(2006). CG 없이 그림 같은 화면을 연출했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d4c339e9-c44a-4c47-a9c3-d29c718f271e.jpg)
첫 개봉 때의 4배에 달하는 관객을 모은 판타지 영화 ‘더 폴’(2006). CG 없이 그림 같은 화면을 연출했다.
![1920년대 파리로 타임슬립한 주인공이 예술 거장들을 만나는 ‘미드나잇 인 파리’(201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067a5c5d-1370-4368-ada4-a064742edfaa.jpg)
1920년대 파리로 타임슬립한 주인공이 예술 거장들을 만나는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재개봉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첫째 조건은 확실한 팬덤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지금 떠오르는 팬덤인가 아니면 그저 추억에 기댄 팬덤인가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을 보면 ‘도어즈’의 부진을 이해할 수 있다. 밴드 도어즈 자체가 한국에서는 비틀즈, 퀸 같은 밴드에 비교해 팬이 훨씬 적다. 스톤 감독의 팬들도 그의 전성기였던 1980~9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던 층에 머물러 있고 젊은 세대는 그를 잘 모른다.
![한국에 ‘카르페 디엠’이란 말을 유행시킨 ‘죽은 시인의 사회’(1989).](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d346f44e-bb24-4c56-932a-13c32cbb27af.jpg)
한국에 ‘카르페 디엠’이란 말을 유행시킨 ‘죽은 시인의 사회’(1989).
![록 밴드 ‘도어즈’와 리드 보컬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다룬 ‘도어즈’(1993).](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b6aa2033-f1ad-41c6-8757-5e58a0854978.jpg)
록 밴드 ‘도어즈’와 리드 보컬 짐 모리슨의 일대기를 다룬 ‘도어즈’(1993).
‘더 폴’은 하반신이 마비되어 절망에 빠진 젊은 스턴트맨이 병원에서 만난 어린 소녀에게 즉석에서 지어낸 환상 이야기를 들려주며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내용이다. 타셈 감독은 이야기 속 환상적인 장면들을 위해 수년에 걸쳐 전세계 24개국에서 가장 독특한 풍경을 찾아 컴퓨터그래픽(CG) 없이 촬영했다. 그러나 여러 평론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2008년 개봉 당시 세계적으로 흥행에 참패했고 국내에서도 관객은 2만8000여 명에 그쳤다. 그러다 최근 반전이 일어난 것에 김 대표는 “CG로 점철된 판타지 영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아날로그 장인 정신에 신선함을 느꼈을 것이고,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영화를 접하면서 큰 화면에서 보고 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타계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사진 iMDb]](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d0dc9fdf-2c06-4973-8deb-1d9b38db1b68.jpg)
최근 타계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사진 iMDb]
종합해 보면, 성공하는 재개봉 영화들은 강력한 팬덤이 있으며 그 팬덤은 대개 첫 개봉부터 형성된다. 그러나 ‘더 폴’처럼 첫 개봉에서는 실패했음에도 팬덤이 점진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예외가 있는데, 특히 ‘더 폴’은 OTT시대에도 관객을 집에서 영화관으로 끌어낼 수 있는 스펙터클한 영상의 영화이기에 재개봉 반응이 폭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출판·음원 마케팅 병행, 인기 끌기도
정덕현 평론가는 재개봉 영화 흥행의 둘째 조건으로 “팬덤이 영화관으로 집결하게 만들 이슈”를 꼽았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경우, 2016년 영국 BBC방송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명작으로 손꼽히지만 일반 관객에게는 난해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그럼에도 감독인 데이비드 린치가 지난달 78세의 나이로 타계하면서 영화 재개봉이 화제를 모았고 적은 스크린 수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
![2024년 재개봉 영화 흥행 순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5/f7d1fa74-dcb6-405e-9293-1f7a902c408c.jpg)
2024년 재개봉 영화 흥행 순위
“여기에 재개봉 영화를 새로운 세대의 눈에 맞추려는 마케팅도 중요하다”고 정 평론가는 설명했다.
재개봉 마케팅이 특히 빛났던 사례는 지난해 독립·예술영화 흥행 2위를 차지한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난치병으로 앞으로 10년밖에 살 수 없다는 선고를 받은 여성이 삶의 의지가 없는 남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는 2023년 개봉된 후 불과 1년 만에 재개봉해서 처음보다 3배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재개봉을 감행한 바이포엠스튜디오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띄우고 싱어송라이터 십센치(10cm) 등이 참여한 콜라보 음원을 발매하는 등 출판과 음악 마케팅까지 병행해서 1020 팬들을 끌어모은 결과다. 바이포엠스튜디오의 한상일 이사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수시로 온라인상의 트렌드를 체크하면서 이 영화가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는 빈도수와 배우들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런 모험을 감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재개봉 영화들의 흥행은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한 작품이라도 신규 영화가 극장에서 사람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정 평론가는 평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에 비관적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영화 산업을 극장으로만 보느냐 아니면 OTT를 포함한 변화된 환경에서 넓게 보느냐의 문제다. 소비자들이 이미 예전과 달리 극장에 가는 것이 일상이 아니라 하나의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OTT 환경에서 사람들은 최신작에만 쏠리기보다 최근 이슈에 관련된 과거 명작이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찾아보는 경우가 늘었다. 영화계는 이런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