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고 정치 리스크 적어"…동남아, 한국산 무기 '큰손' 떴다

지난 2017년 4월 21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수비 암초'를 점령한 중국의 항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4월 21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수비 암초'를 점령한 중국의 항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분쟁으로 한국이 무기 수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남아 국가들이 정치적 위험요소가 큰 중국보다 한국이 만든 무기를 선호한다는 평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무기 공급처를 찾으면서 중국의 손실이 한국의 이득이 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국중해 분쟁과 저렴한 가격, 정치적 신뢰가 한국이 동남아 무기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중국은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주요 무기 공급처였던 중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한국이 고품질의 무기를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필리핀, 한국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중국과 가장 많이 충돌하고 있는 필리핀은 한국의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필리핀은 연내에 한국산 초음속 전투기 FA-50 12대를 추가 구매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필리핀은 지난 2014년 FA-50 12대를 도입해 운용 중인데, 협상이 타결되면 규모가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 또 2028년까지 남중국해 충돌에 대비해 원해경비함(OPV) 6척 등 12척 이상의 한국산 함정을 배치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각각 2023년과 2021년 한국산 항공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SCMP는 "필리핀의 FA-50 조달 계획은 항공 및 해상 플랫폼을 강화하고 싶지만 안보 문제로 미국 무기를 구매할 수 없는 동남아 국가들의 대안으로 한국을 주목하게 한다"고 짚었다. 

남중국해 문제와 무관한 국가들까지도 최근 중국산 무기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중국과 '서방과 긴장 관계'라는 공통점과 긴밀한 경제 관계 등으로 무기를 거래해왔지만, 이런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태국은 지난 2017년 중국산 잠수함을 3척을 구매하는 135억 태국 바트(약 5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지만, 2023년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이유로 이를 연기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가성비' 좋고 정치 리스크는 적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생산하는 한국산 전투기 FA-50. KAI 홈페이지 캡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생산하는 한국산 전투기 FA-50. KAI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들에 한국산 무기는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과 정치적 리스크라는 두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한다. 하와이 호놀룰루 대니얼 K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 라미 김 교수는 "한국 무기는 훌륭한 품질과 미국 및 서방 국가 대비 저렴한 가격, 전달 효율성 면에서 돋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중국·러시아에 비해 지정학적 위험이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콜린 코 선임연구원은 "남중국해 분쟁으로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졌고, 서구 표준 무기 시스템을 선호하게 된 점이 영향을 줬다"며 "한국의 장점은 역사적,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정치적 신뢰"라고 말했다. 

코 연구원은 "동남아에선 아무도 한국을 위협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한국 문화에는 상당한 포용성이 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동남아에서 정치적·경제적 합의는 물론 군사적 합의를 추진하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의 티마시 히스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을 이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며 "(동남아 국가들에) 한국과의 무기 거래는 중국이나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에 비해 정치적 위험이 적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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