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해변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 대회 '데이토나 500'에 참석해 경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홈페이지의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팩트시트’란 제목의 문서를 업데이트하면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에서든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한다”며 “적절한 국제기구의 가입을 포함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대만이 미 국방부의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 등에 협력하고 있다는 문구도 추가했다.
미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서 공식적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독립 반대’ 문구를 삭제한 행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만 독립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대만 문제에 민감한 중국을 자극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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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탄구축함 존핀함이 동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트럼프는 당초 “대가를 더 내놔라”고 주장하며 대만의 군사적 보호에 대한 확답을 피해왔다. 이에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만을 중심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만 지지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공동 발표문에서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힘과 강압에 의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며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차 독일에 출장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코메르츠방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외교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그러나 트럼프의 생각에 따라 미국·대만 관계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를 위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를 적극적으로 건드리고 그 지렛대로 한·미·일 협력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분명해 보인다”며 “하지만 이는 마코 루비오 장관이 이끄는 국무부 입장일 뿐, 트럼프가 대만의 가치가 작다고 여길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왕훙런 대만 국립성공대 정치학과 교수도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대만 독립 지지 반대’ 문구 삭제는 대만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중국에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지만 향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염두에 둔 압박 차원 성격도 있다”며 “미 국무부가 다시 (표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지난 2022년 대만 독립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가 한 달 만에 복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