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반일 이미지 벗기는 이재명…"국제위, 민주당 외교부 돼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국에 비치는 당 이미지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기존의 반미·반일 이미지가 중도층 끌어안기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어 먼저 이를 불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7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기존 국제위원회 조직을 국제외교협력본부로 승격하고, 이를 상설 기구화하는 내용의 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국제위는 비상설로 필요에 따라 운영되다가 없어지는 조직이었다. 상설 기구화는 지난해 말 이 대표 지시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국제위가 ‘민주당의 외교부’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장기 과제로 추진될 계획이었지만, 12·3 계엄 사태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 국제 조직 개편 속도도 빨라졌다. 인력 확대 등의 절차도 진행 중이다.

국제외교협력본부로 승격하면서 산하엔 외교전략소통단, 국제네크워크소통단, 재외동포소통단을 둬 조직 규모도 확대됐다. 특히 외교전략소통단의 외신 모니터링 기능이 강화됐다. 국제외교협력본부 관계자는 “외신에 나온 내용이 내신에 인용되면서 공신력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외신에 잘못된 내용이 국내에서 확대·재생산되는 경우도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도 외신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국제네트워크소통단은 각국 주한 대사관에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 발송 등을 통해 민주당의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재외동포소통단은 국내 선거 투표권을 가진 190여만명 재외동포와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민주당의 국제 조직 강화 방침은 최근 이 대표의 ‘외교·안보 리스크’를 불식하려는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과거 반일·반미 노선으로 외교가의 불안을 샀다. 그러나 최근엔 “일본의 국방력 강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한·미·일) 3자 협력을 지속하는 데 이의가 없다”(지난달 31일 이코노미스트)며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견고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는 대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익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실용 외교가 절실한 때”라고 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동맹국들이 이 대표의 과거 외교·안보 노선에 불안감을 보여왔고, 이런 부분이 우리 국민에게도 ‘외교·안보 리스크’로 인식된다는 점을 이 대표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며 “조기 대선을 대비해 이런 이미지를 바꾸려 이 대표가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