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분에? 수요 급증하는 LNG 운반선...국내 조선업에 호재

17일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전체 10개 중 2개 도크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이 건조 중이다. 가장 큰 3도크에서는 노르웨이 KNUTSEN사로부터 2022년 7월 수주한 LNG운반선이 마무리 의장작업이 한창이다. 2025년 11월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날 경남 거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에서도 2022년 3월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한 LNG운반선이 3도크에서 건조 중이다. 올해 10월 인도를 앞두고 막바지 건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내세우며 자국의 액화천연가스(LNG) 판매 확대 방침을 내세우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LNG 수출 확대는 곧 운반선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미 무역흑자 국가인 일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발표했고, 인도는 미국을 주도적 석유·가스 공급자로 복구시켰다. 

LNG 운반선 70% 한국이 독주

17일 글로벌 조선·해운 투자금융사 클락슨시큐리티스는 글로벌 LNG운반선 신조 수요가 2029년까지 최대 126척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LNG운반선은 1척당 2억6000만 달러(약 376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컨테이너선과 달리 LNG운반선 선박 제작 노하우와 LNG 화물창 제작 등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향후 43조원의 LNG 운반선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 4,000㎥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 4,000㎥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 HD현대중공업

 
조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가운데 70%를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있는 LNG 운반선 750척 가운데 90%가 우리나라 조선사에서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선박”이라며, “중국 조선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는 국내 조선사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오른 중국 조선사 한국엔 호재

관세전쟁을 촉발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견제 역시 한국 조선사들에겐 호재다. 미 국방부는 중국 1위 국영 조선사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상태다. 미국과 주요국을 오가는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 입장에선 중국 조선사를 피할 수밖에 없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수출 정책에 따라 LNG선 추가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미·중 갈등 고조로 인한 리스크 회피 목적으로 선주들의 중국 발주 거부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NG 운반선 핵심 기술도 자체 개발 중

LNG 운반선 핵심설비인 화물창 관련 기술에 대한 국산화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LNG 화물창 핵심 기술 개발은 국내 조선업계에 마지막 남은 과제로 꼽힌다. 현재 LNG 운반선 화물창 핵심 기술은 프랑스 엔지니어링 기업 GTT가 가지고 있다. 통상 국내 조선사가 LNG 운반선을 건조할 때 GTT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한 척당 약 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1월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1척을 3796억 원에 수주했다. 이 선박은 2027년 6월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지난 1월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1척을 3796억 원에 수주했다. 이 선박은 2027년 6월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사진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과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2020년부터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한국형 화물창 KC-2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 케이씨엘엔지테크가 주도적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국내 조선 3사가 실증 작업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앞서 개발에 나섰던 한국형 화물창 KC-1은 최저 온도보다 화물창 외벽 온도가 낮아지는 결빙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해 시험운항을 중단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 연구원은 “LNG 화물창의 경우 오랜 시간 실증 작업과 실제 운항을 거쳐 선주들에게 높은 신뢰를 받아야 하는 만큼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도 필요한 개발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