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급쟁이’가 낸 세금 60조원 돌파…법인세만큼 커졌다

직장인이 낸 근로소득세가 지난해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었다. 한때 국세 수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법인세수 규모에 육박한다.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일자리 정보 게시판 앞 풍경. 연합뉴스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일자리 정보 게시판 앞 풍경. 연합뉴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전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61조원이다. 2014년 25조4000억원이었던 근로소득세는 2020년 40조원대, 2022년 50조원대에 올라서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12.4%에서 지난해 18.1%까지 올랐다.

이는 우선 취업자 수와 명목임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 상용 근로자 수는 1635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8만3000명 늘었다. 1인당 임금도 402만6879원(2024년 11월 기준)으로 2.5% 늘었다. 여기에 2008년 이후 손대지 않은 과표구간이 ‘소리 없는 증세’ 역할을 했다. 현행 근로소득세는 8단계 과표구간으로 구분하는데 8800만원 이하는 6~24%, 8800만원 초과는 35~45%의 세율을 적용한다.

연봉은 높아졌는데 과표 기준은 18년째 그대로니 ‘8800만원 초과’에 속하는 근로자도 많아졌다. 명목임금이 오른 탓에 세금은 더 내지만,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은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반면 법인세수는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지난해 62조5000억원으로 2년 새 39.7% 줄었다. 국세 수입 중 법인세 비중도 18.6%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았다. 경기 악화로 기업 실적이 부진했던 탓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통상 개발도상국은 법인세 비중이 높고, 선진국은 소득세 비중이 높은 경향이 있다. 경제가 성숙할수록 소득세 비중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의 개인소득세 비중은 2022년 기준 2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3.6%) 이하로, 높은 수준은 아니다. 개인 세부담이 커지는 건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내수 부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밑 빠진 나라 곳간을 ‘월급쟁이’가 채우는 형국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23~2024년 2년간 총 87조원가량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한국은 대기업과 반도체 의존도가 높다 보니, 경기에 따라 진폭이 큰 법인세가 세수 기반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수 증가를 기대하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하방 위험이 있다”고 할 정도로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표 조정이 없는 한 당분간 소득세는 증가할 것이라 머지않아 법인세와의 비중도 역전될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 등 앞으로의 재정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권에 휘둘리지 않은 장기적인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