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의대정원, 대학이 바꿀 수 있다' 정부안에…의협 “무책임”

19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19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비롯해 향후 적정 의사 인력을 추계할 기구를 신설하는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다. 법안에서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을 각 대학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대학 내부에서 싸우라는 무책임한 얘기”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는 법안의 세부 쟁점을 다듬은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지만, 의료계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 설치를 골자로 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정부 수정안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 통과는 불발됐다.

정부가 부칙으로 추가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에 관한 특례 내용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국회에 새로 제출한 정부안에서 ‘추계위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사인력 양성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대학의 장은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하여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2025년 4월 30일까지 변경할 수 있다’는 부칙을 넣었다. ‘이 경우 대학의 장은 교육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문구도 담겼다. 

의료계가 정부의 2000명 증원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원을 조정할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3058~5058명 안에서 조정하겠다”(조규홍 장관, 14일 대정부 질문)는 기존 입장과 종합해보면, 각 대학이 기존 정원과 지난해 늘어난 정원 사이에서 모집인원을 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준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이 부칙이 당장 모든 대학에 내년도 정원을 결정할 자유를 준다는 의미는 아니란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칙적으로 법 개정을 통해 추계위에서 결정할 계획”이라며 “(해당 부칙은) 추계위를 통한 결정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나온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급추계 모형이나 변수들은 다 나와있기 때문에 내년도 추계도 위원들 마음만 맞으면 빠르게 할 수 있다”며 “최대한 추계위를 통해 정원을 조정하되, 안될 경우 부칙에 따르는 걸 ‘플랜B’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런 부칙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대학 총장에게 의대 정원 결정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나온다. 의대 규모 확대가 신입생 모집 등 여러 면에서 이득인 대학 본부가 실제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큰 폭의 증원을 결정할 거란 우려 때문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대학 본부와 의대 학장들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정원을 정하고 밀어붙였는데, 이제 대학에 ‘너희 내부에서 싸워서 결정해보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소위에서 여야 의원들도 “총장은 의대 증원을 원하기 때문에 부칙을 그대로 두면 기존 정부 증원안대로 가게 될 우려가 있다. 의대 학장 의견도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등의 지적을 내놨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학장 의견 반영도 검토할 계획”이라면서도 “법 조문상 의대 학장이 의대 정원을 정하도록 명시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다른 쟁점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단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지난 14일 공청회 등에서 추계위가 보정심 산하가 아닌 독립 기구여야 하며, 추계위 심의결과가 법적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복지부는 추계위를 보정심 산하가 아닌 장관 소속이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밑에 두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도 정원을 결정할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부는 최대한 서둘러 오는 26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에 수정안을 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