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7년 손잡은 NH 대신 KB로 갈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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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 뉴스1
원래 암호화폐 거래소는 실명 인증을 해줄 은행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거래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은행도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부정적 입장이란 점도 은행이 선뜻 거래소와 손을 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업계 1위인 업비트와 3위인 코인원은 시중은행이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업비트)·카카오뱅크(코인원)와 제휴해야 했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 인증을 제공했던 곳은 신한은행(코빗)·NH농협은행(빗썸)뿐이었다.
10조 예치금, 2030 고객 확보…귀한 몸 된 거래소
실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예치금은 지난해 1월 5조2154억원에서 올해 1월 10조656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들 예치금은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은행이 실적 쌓기에 유리하다. 또 암호화폐 특성상 미래 고객인 20·30대의 계좌 개설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법인 계좌 허용에 하나·우리은행 업비트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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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의 모습. 뉴스1
이 때문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중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지 못한 하나·우리은행이 업계 1위 업비트 쟁탈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비트는 올해 10월 말 케이뱅크와 5년간 맺은 실명 계좌 서비스 계약이 끝난다. 특히 하나은행이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최근 업비트는 하나 인증서를 본인 인증 수단으로 추가하는 등 간접적 제휴를 늘리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가상자산 시장·규제 변화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하나은행 측은 “현재 업비트와 실명 계좌 제휴 위한 어떤 논의도 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1거래소-1은행 체제가 독과점 부추겨”
금융당국의 ‘1거래소-1은행 체제’가 과열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1개의 은행을 통해서만 실명 계좌를 제공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법상 제휴 은행 수 제한은 없지만, 여러 은행이 하게 되면 자금 세탁 방지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은행 한 곳만 제휴가 가능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거래소를 모시기 위한 은행의 경쟁이 과도해질 수밖에 없다.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거래소 선두업체에 대형 은행을 뺏기면 고객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1은행 체제에서 주요 시중은행이 업비트·빗썸 등 대형 거래소만 제휴를 맺으면서 중소 거래소는 고객 유치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