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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강원 정선군 여량면 유천리의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동부지방산림청 제공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3시 강원 춘천시 신북읍 지내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이 나자 산림당국은 진화 헬기 2대, 진화 차량 34대, 인력 127명을 투입해 산불이 난 지 56분 만인 오후 4시 10분에 불을 껐다.
앞서 21일 오후 7시에는 정선군 여량면 유천리의 야산에서 더 큰 규모의 산불이 났다. 이날 산불은 야간에 발생해 진화 헬기가 뜨지 못한 데다 산세도 험해 인력 투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3가구 4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주민 1명이 손에 가벼운 화상을 입기도 했다. 해당 산불은 산림 30㏊를 태우고 18시간여 만에 꺼졌다.
눈 사라지자 산불 늘어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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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보통 2월은 동해안 지역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시기지만 올겨울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 북강릉 관측소를 기준으로 이달에 눈이 내린 날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에는 17일 동안 눈이 내렸다.
김병곤 강릉원주대 대기환경학과 교수는 “늦겨울인 2월에도 시베리아고기압이 강하게 내려오면서 호남 등 서쪽에 눈이 많이 내린 반면, 강릉은 제대로 된 눈이 한 번도 안 왔다”며 “수분을 공급해 줄 눈이 없다 보니 나무가 마른 장작처럼 돼서 불이 잘 번지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5일 양간지풍 예고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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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강원 동해안에선 봄철이면 태풍급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양강지풍(襄江之風)’이 잦아 강원도 공무원들은 늘 초긴장 상태다. 양간지풍은 고성과 양양,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이 바람이 불면 불길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기 때문에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남쪽에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우리나라에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더 세지는 양간지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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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성산면 칠봉산에서 불이 나 산림과 소방 당국이 진화 중이다. 동부지방산림청 제공
이용권 산림청 산림재난통제관은 “최근 건조한 날씨가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관련 기관은 산불 예방 활동을 더 철저히 하고, 산불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