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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의과대학의 모습. 뉴스1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의협 측에 비공식적으로 ‘내년 의대 정원 3058명’ 안을 제의하면서 수용 여부를 타진했다. 지난달 이주호 부총리와 김택우 의협 회장의 비공개 회동 이후 양측 대화가 공회전을 이어간 지 한달 여 만이다. 정부 제안을 의협이 받는다면 올해 1509명 늘린 의대 정원을 1년 만에 원상 복구하는 셈이다.
이는 다음 달 의대가 본격적인 개강을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휴학 사태가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대로면 전공의·의대생 상황이 파국에 이를 수 있는 만큼 비공식 제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정부는 의정 갈등의 핵심 축인 내년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한다는 입장을 이어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3058~5058명 사이에서 조정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증원·동결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의료계에선 '증원 기조가 이어지면 의대 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내년 의대 정원을 포함 장기적으로 적정 의사 인력을 추계할 기구인 수급추계위원회 설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가 취소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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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오른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 중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한 지역 의대 학장은 "전공의·의대생이 정원 동결에 반대할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학생들이 돌아올 길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그만큼 수업 복귀가 시급하고 의료 문제를 정상화할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새 제안을 받은 의협은 공식적으론 함구하고 있다. 다만 양측이 의대 정원을 두고 긴밀한 대화를 나눈 가운데,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수용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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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정부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이미 올해 의대 증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내년 정원이라도 조정해야 의대생 등의 복귀 길이 열리고, 국민 지지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정원 조정 시한은 4월 말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원 동결이 의정갈등 해결에 중요하다"면서도 "이것만으로 병원·수업 복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간 쌓여온 여러 문제가 있는 만큼 필수의료 지원 등 나머지 대책도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쟁만 내세우고 가만히 있으면 의료계가 원하는 바를 아예 얻을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잘못된 정책을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