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과 마지막 추위는 유난히 길었다. 날씨도 풀리고 축구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85% 압도적인 지지로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63) HDC그룹 회장이 당선증을 받아 든 뒤 밝힌 소감이다.
정 회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유효 득표 182표 중 156표를 받았다. 15표의 허정무(70) 전 대표팀 감독, 11표의 신문선(67) 명지대 초빙교수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무효 표는 1표였다. 1차 투표 만에 과반수를 받아 당선을 확정했다.
![대한축구협회장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당선증을 받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26/6276f83a-167d-4a38-a6ff-85d960b676ee.jpg)
대한축구협회장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당선증을 받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로 축구계와 인연을 시작한 정 회장은 2013년 처음 축구협회장을 맡은 뒤 이번까지 4선에 성공했다. 2029년까지 예산 규모 2000억원대의 축구협회를 4년 더 이끌게 된 정 회장이 남은 임기를 다 채운다면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16년·1993~2009년)과 함께 역대 최장 축구협회장이 된다.
이번 선거는 정 회장 체제에서 축구협회가 승부조작 축구인 기습 사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 행정 난맥상을 드러내 국민적 비판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애초 지난달 8일 예정됐던 선거는 허 후보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연기됐고, 이후 선거운영위원회가 전원 사퇴하고 재구성하는 파행을 겪으며 50일 가까이 지연됐다.
![정몽규 (오른쪽) 신임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26/982085ff-48a9-4410-bda3-013629228bb9.jpg)
정몽규 (오른쪽) 신임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 반전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선수·지도자 등 192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몽규 현 회장에게 몰표를 줬다. 다수의 축구인들은 한국 축구계가 초대형 사업을 추진하고 마무리하는 데 ‘기업 총수’인 정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회장은 천안시에 건립 중인 축구종합센터를 위해 50억원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디비전 시스템 구축, 2031년 아시안컵 유치 추진 공약을 내걸었다. 192명의 선거인단의 95.3%가 현장 투표에 나선 건 축구인들의 정 회장을 향한 압도적인 재신임 의사를 보여준다.
정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1만5000㎞ 이상 이동하며 동호인까지 선거인단을 일대일로 만난 전략도 통했다. 다만 192명 선거인단 중 약 34%에 달하는 축구협회 산하 단체장이 현직 회장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선거 방식이었다. 한 유권자는 “허 후보와 신 후보가 명확한 비전 제시보다는 ‘어떻게든 정 회장만 떨어뜨리며 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공세에만 집중하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는 유튜브를 통해 “정 후보를 비판했던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지지로 돌아섰다. 반대파 후보가 ‘지는 선거’라고 판단해 당선 확률이 높은 정 회장을 지지하는 게 자신들에게 이익이라고 베팅한 것”이라고 소신 발언했다.
![정몽규 신임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26/7bbb51da-7996-42fc-9d0c-5ec9e7fc1c42.jpg)
정몽규 신임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 회장은 “‘득표율 50%+1표’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90% 가까운 축구인들이 높은 참여율은 물론 지역과 분야 별로 골고루 지지를 해주셨다. 약속한 공약들을 하나하나 철저히 지켜나가고, 더욱 더 축구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12년 전에 대의원 24명 투표로 협회장에 처음 당선됐던 정 회장은 “당시 역전승이어서 짜릿했지만, 이번에 모든 축구인이 참여한 축제라서 더 의미가 깊다”고 했다.
축구팬들의 성난 민심과 정부와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정 회장은 “현장 목소리를 열심히 듣는 것 만으로도 문제의 반이 해결될 수 있다. 결국 소통이다. 팬들에게도 의사결정 과정을 잘 설명해드리면 하나하나 오해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중징계가 부당하다며 낸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 받아 들여지면서 출마가 가능했지만, 문체부가 축구협회 부실 운영의 책임을 물어 징계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정부와의 관계와 방향에 대해 어떻게 할 지 다시 설명해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